통영 바다를 품은 영화제

바다와 영화가 만난 사흘
제4회 통영국제영화제가 2026년 10월 16일부터 18일까지 사흘간 통영에서 열렸다. 올해 영화제는 ‘영화를 넘어 사람을 연결하다’를 슬로건으로 내걸었다. 지난 3년간 사용한 ‘통영영화제’라는 명칭을 ‘통영국제영화제’로 바꾸고 새로운 출발을 알린 자리였다.
공식 포스터에는 통영 출신 고 김재신 작가가 그린 통영 바다가 담겼다. 지역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바다와 영화제가 하나의 이미지로 연결되면서 통영에서 열리는 영화 행사의 특징을 선명하게 드러냈다.
강구안에서 열린 개막식
개막일 오후 바다를 마주한 강구안 문화마당에는 이른 시간부터 관람객이 모였다. 특설무대는 해상무대를 바라보는 기존 방향이 아니라 강구안 광장을 중심으로 구성됐다. 시민들이 무대를 편하게 바라볼 수 있었고, 사회자와 출연진도 비교적 가까운 거리에서 만날 수 있는 배치였다.
10월 16일 오후 6시 강구안 특설무대에서 개막식이 시작됐다. 해가 바다 너머로 지는 동안 객석은 시민들로 채워졌다. 진행은 배우 송일국과 방송인 임성민이 맡았다. 식전 행사로 마련된 레드카펫은 개막 분위기를 끌어올리며 관람객들의 호응을 얻었다.
축하 무대에는 가수 정홍일과 한강이 올랐다. 무대 주변에서는 공연과 영화를 함께 즐기려는 시민들의 관심이 이어졌고, 바다와 맞닿은 야외 행사장은 통영국제영화제만의 개방적인 분위기를 만들었다.
파도 곁에서 만난 개막작
개막작은 송진경 감독이 연출한 13분 분량의 단편영화 ‘밤안개 걷히면’이었다. 고군분투하며 살아가는 젊은 예술인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으로, 바닷가에 설치된 야외 대형 스크린을 통해 상영됐다.
스크린에서 영화가 흐르는 동안 주변에서는 파도 소리가 이어졌다. 실내 극장과 달리 통영의 바다와 밤 풍경이 작품을 둘러싸면서 관람객들은 야외 상영 특유의 분위기 속에서 개막작을 감상했다.
행사장에 설치된 대형 포토존도 많은 관심을 받았다. 가족과 연인, 친구 단위 방문객들이 차례로 사진을 남겼으며, 영화제의 순간을 기록하려는 발길이 이어졌다. 포토존은 자연스럽게 행사장의 대표적인 촬영 장소가 됐다.
배 위에서 이어진 축제
개막식 뒤에는 약 100명의 게스트가 함께한 선상 리셉션이 열렸다. 배우와 사회자, 초청 가수들도 자리를 함께하면서 개막 행사의 열기가 배 위로 이어졌다.
유람선 2층에서는 라이브 공연이 펼쳐졌다. 처음에는 공연을 지켜보던 참석자들도 차츰 박수를 치고 노래를 따라 부르며 호응했다. 바닷바람이 부는 선상은 작은 공연장을 연상시키는 공간으로 바뀌었다.
유람선에서 바라본 짧은 불꽃놀이는 개막 행사의 끝을 장식했다. 밤바다 위로 번지는 불빛이 사흘간 이어질 영화제의 시작을 알리는 장면으로 남았다.
역대 최다 단편 출품
올해 한국단편경쟁 부문에는 역대 가장 많은 952편이 출품됐다. 예심을 통과한 12편은 주제에 따라 나뉜 세 개 섹션에서 경쟁했다.
- T-BLUE 바다와 섬을 다룬 작품
- T-RED 예술과 예술가를 다룬 작품
- T-GREEN 여행과 자연을 다룬 작품
각 섹션은 통영의 바다와 섬, 예술도시의 면모, 여행지로서의 자연을 영화의 주제와 연결했다. 경쟁작들은 서로 다른 시선과 이야기로 관객을 만났다.
장편영화로 넓힌 시선
초청 부문에서는 ‘수영제과’와 ‘내가 만난 사람들’ 등을 포함한 한국 장편영화 6편이 상영됐다. 경남장편초청 부문에서는 흑산도의 바다 시장을 기록한 ‘흑산도 파시’와 어촌 마을의 삶을 담은 ‘들물’이 관객과 만났다.
영화제 기간에 진행된 모든 상영은 무료였다. 관람객들은 단편 경쟁작부터 한국 장편 초청작, 바다와 어촌의 삶을 기록한 작품까지 폭넓게 접할 수 있었다.
현장을 지킨 영화인과 진행요원
개막식에는 배우 백수련을 비롯한 영화인과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아흔의 나이에도 건강한 모습으로 행사장을 찾은 백수련은 관람객들의 눈길을 끌었다. 참석자들은 공식 행사와 기념촬영을 통해 영화제의 개막을 함께 기록했다.
관객들이 무대와 스크린에 집중하는 동안 조정실 진행요원들은 음향과 영상을 세심하게 살폈다. 모니터를 계속 확인하며 현장 상황에 대응한 이들의 운영 속에서 개막식은 순서에 맞춰 이어졌다. 화려한 무대 뒤에서 맡은 역할을 수행한 진행요원들의 움직임도 영화제를 구성하는 중요한 장면이었다.
윤이상기념관에서 마무리
마지막 날인 10월 18일 오전에는 윤이상기념관 메모리홀에서 폐막식과 시상식이 열렸다. 이 자리에서는 통영영화아카데미 3기 수료작도 발표됐다.
수료작으로는 이서안 감독의 ‘그녀의 바다’와 김휘정 감독의 ‘이제는 오지 않는 전화’가 상영됐다. 영화 교육 과정에서 완성된 작품들이 공식 폐막 일정 속에서 관객에게 공개되며 영화제의 의미를 더했다.
제4회 통영국제영화제는 통영 바다 곁에서 영화를 보고, 영화를 매개로 사람들이 만난 시간이었다. 강구안 야외무대와 선상 리셉션, 경쟁 및 초청 상영, 윤이상기념관 폐막식까지 이어진 일정은 ‘영화를 넘어 사람을 연결하다’라는 슬로건을 행사 전반에 담아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