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빚은 사량도 황금물결

가을비가 내린 사량도 덕동마을에서 황화코스모스의 노란빛과 주황빛이 한층 깊어졌다. 꽃과 바다, 산과 다리가 어우러진 섬마을 풍경 속에서 주민과 방문객은 비 오는 가을날의 정취를 함께 나눴다.
비와 함께 열린 마을 축제
2026년 10월 24일 토요일, 경상남도 통영시 사량면 사량도 하도 덕동마을회관 앞에서 제3회 사량 덕동마을 황화코스모스축제가 열렸다. 행사는 당초 계획보다 한 주 늦춰졌고, 축제 당일에도 가을비가 내렸다.
궂은 날씨에도 섬을 찾은 방문객의 발걸음은 계속됐다. 우산을 든 사람들은 마을과 꽃밭을 천천히 오가며 비에 젖은 황화코스모스를 바라봤다. 절정을 조금 지난 꽃도 있었지만, 젖은 꽃잎에는 맑은 날과 다른 차분하고 짙은 빛깔이 감돌았다.
김춘수 시인의 벽화가 있는 꽃길
축제 준비가 한창인 마을을 지나 꽃밭으로 향하는 골목에는 통영 출신 김춘수 시인의 벽화가 자리한다. 꽃의 시인으로 불리는 김춘수 시인의 시구가 담긴 벽화는 꽃밭으로 이어지는 길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졌다.
골목에서 꽃밭까지는 이정표가 잘 갖춰져 있어 처음 방문한 사람도 길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마을의 생활 공간과 꽃길이 이어지면서, 방문객들은 덕동마을의 골목 풍경을 지나 황화코스모스가 펼쳐진 경사면으로 들어서게 된다.
바다를 품은 황화코스모스
꽃밭 입구에 들어서면 경사면을 따라 황화코스모스가 넓게 펼쳐진다. 비를 머금은 꽃은 노란색과 주황색이 더욱 또렷하게 드러났고, 흐린 하늘 아래에서도 선명한 색의 물결을 만들었다.
꽃밭 한가운데에는 감나무 한 그루가 서 있다. 감나무는 주변의 황화코스모스와 자연스럽게 어우러졌고, 꽃 사이로 드문드문 모습을 드러낸 알록달록한 지붕은 넓은 꽃밭에 생동감을 더했다. 경사면을 따라 이어진 꽃밭은 멀리에서도 전체 모습이 한눈에 들어왔다.
덕동마을 꽃밭의 특징은 황화코스모스 너머로 사량도의 바다와 마을, 산과 다리를 함께 볼 수 있다는 점이다. 꽃밭에 설치된 LOVE 조형물의 틀 안으로는 사량대교가 들어온다. 사진에서는 강이나 호수처럼 보일 수 있는 물길이지만, 실제로는 사량도 상도와 하도 사이를 흐르는 바닷길이다.
섬 주민의 삶을 이은 사량대교
꽃밭 너머의 사량대교는 상도와 하도 사이를 잇는다. 마을 주민이 전한 옛이야기에 따르면 다리가 놓이기 전에는 배를 타거나 헤엄쳐 바닷길을 건너기도 했다.
이 이야기는 꽃밭에서 바라보는 사량대교가 단순한 배경에 머물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바다로 나뉜 섬을 연결한 다리는 주민들의 생활과 이동에 변화를 가져온 길이며, 황화코스모스 너머의 풍경 속에서 섬마을의 시간과 삶을 함께 드러낸다.
옥녀봉을 마주한 꽃밭
꽃밭 맞은편으로는 산림청이 선정한 100대 명산 가운데 하나인 사량도 지리산인 지리망산의 능선이 길게 이어진다. 능선 끝에는 옥녀봉이 자리한다.
축제 당일에는 운무가 산을 감싸 출렁다리가 뚜렷하게 보이지 않았다. 대신 안개가 내려앉은 산자락이 수묵화처럼 펼쳐졌고, 비에 젖은 황화코스모스의 짙은 색감과 잔잔한 대비를 이뤘다.
꽃밭은 경사지에 조성됐지만 맨 위까지 이어지는 길은 완만하게 정비돼 있다. 나란히 마주 보도록 놓인 의자 포토존도 마련됐다. 카메라로 꽃밭 사이의 영상을 담는 중년 방문객의 모습도 눈에 띄었다. 방문객들은 우산을 쓴 채 꽃밭 곳곳을 걸었고, 비가 이어지는 동안에도 한동안 자리를 떠나지 않았다.
주민과 방문객이 어우러진 시간
덕동마을회관 앞에서는 주민들이 직접 준비한 축제가 이어졌다. 통영시장과 시의원 등 내빈도 비가 내리는 현장을 찾아 주민들과 자리를 함께했다.
비 때문에 야외 축제 운영에는 아쉬움이 따랐지만, 주민과 방문객이 한 공간에 모여 섬마을의 가을을 나누는 흐름은 계속됐다. 주민들은 축제를 준비하고 방문객을 맞았으며, 마을회관 앞은 꽃밭을 둘러본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모이는 장소가 됐다.
이번 축제는 넓은 황화코스모스 꽃밭을 중심으로 덕동마을 주민과 사량도를 찾은 방문객이 함께한 마을 행사였다. 비에 젖은 섬의 공기와 차분한 꽃빛은 화창한 날과는 다른 현장 분위기를 만들었다.
환경사진전에 담긴 덕동마을
덕동여객선터미널 대합실에서는 덕동마을 환경사진전이 함께 열렸다. 덕동마을이 2026년 경남형 자원순환마을 조성사업에 선정된 것을 계기로 마련된 행사다.
사진전에는 최우수작을 포함해 모두 14점이 전시됐다. 수상자에게는 지역 특산물이 시상품으로 주어진다. 짧은 홍보 기간에도 주민과 관광객이 관심을 갖고 참여했다는 행사 관계자의 설명도 전해졌다.
전시된 사진에는 꽃밭과 바다를 비롯한 덕동마을의 환경이 담겼다. 황화코스모스축제가 섬의 가을 풍경을 보여줬다면, 환경사진전은 깨끗한 바다와 마을을 지키려는 주민들의 관심을 사진으로 나타냈다. 꽃밭에서 시작된 관람 동선은 여객선터미널 대합실의 사진전으로 이어지며 덕동마을의 자연과 생활 환경을 함께 살펴보게 했다.
꽃과 바다와 산이 만난 가을
사량도 덕동마을 황화코스모스 꽃밭에서는 한 화면 안에 꽃과 바다, 산과 사량대교가 함께 담긴다. 경사면의 황화코스모스와 바다 사이로 보이는 마을 지붕, 운무에 싸인 지리망산과 옥녀봉은 섬에서만 만날 수 있는 가을 풍경을 완성했다.
비가 내린 2026년 축제에서는 맑은 날의 화사함 대신 젖은 꽃잎의 깊은 색과 안개 낀 산자락의 차분한 분위기가 두드러졌다. 축제 일정이 한 주 미뤄지면서 일부 꽃은 절정을 조금 지났지만, 방문객들은 우산을 쓰고 꽃밭을 걸으며 비 오는 날의 풍경을 오래 바라봤다.
덕동마을의 황화코스모스는 주민이 준비한 축제, 섬을 연결한 사량대교, 자원순환마을을 향한 환경사진전과 함께 사량도의 가을을 입체적으로 보여줬다. 주민과 방문객이 어우러진 현장에는 비가 내려도 이어지는 섬마을 축제의 온기가 남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