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0년 소가 깨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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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0년 소가 깨어났다

시간을 건너온 소들의 특별한 모임

경남 함안박물관에서 특별기획전 비상소집이 열리고 있다. 전시명은 ‘비상한 소들의 모임’이라는 뜻을 담았다. 아라가야의 동물 모양 토기를 조명하는 두 번째 기획전으로, 지난해 사슴 모양 뿔잔에 이어 이번에는 소 모양 뿔잔을 중심에 세웠다.

전시 기간은 2026년 10월 28일부터 2027년 3월 28일까지다. 고대 의례에 사용된 것으로 추정되는 토기부터 농촌 생활 도구와 축산교육 자료, 오늘날의 식품까지 한자리에 배치해 소와 인간이 맺어온 관계를 시간의 흐름에 따라 살펴볼 수 있도록 구성했다.

전시장 입구의 ‘시간을 잇는 소’라는 문구처럼 이번 전시는 1,500년 전 아라가야에서 출발해 옛 농촌과 현대 생활로 이어진다. 유물과 생활자료, 영상이 서로 연결되면서 소가 의례의 상징이자 농촌의 일꾼이며 오늘날의 식생활과도 밀접한 존재였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함안고등학교 터에서 나온 소 모양 뿔잔

이번 전시의 핵심 유물은 함안고등학교 신축 부지에서 발견된 아라가야 소 모양 뿔잔이다. 이 유물은 당산의 제의 시설로 추정되는 건물터 부근에서 출토됐다.

토기로 빚은 소는 머리를 아래로 숙이고 있다. 등 위에는 U자 형태의 뿔잔 두 개가 솟아 있으며, 둥근 눈과 콧구멍을 비롯해 귀와 턱 아래로 늘어진 살까지 세밀하게 표현됐다. 현재는 다리 하나만 남았지만 처음에는 네 다리를 갖춘 형태였던 것으로 추정된다.

작은 토기에는 당시 장인이 관찰한 소의 특징이 구체적으로 남아 있다. 다만 뿔잔에 무엇을 담았는지, 어떤 의례에서 사용했는지는 정확히 단정할 수 없다. 전시는 확인된 형태와 출토 정황을 중심으로 유물을 소개하며 관람객이 그 쓰임을 차분히 생각해 보도록 이끈다.

국립경주박물관의 토용우와 국립김해박물관의 쇠 살포를 비롯해 관련 유물과 자료 50여 점도 함께 선보인다. 다양한 전시품을 비교해 보면 소가 고대인의 생활과 의례 속에서 어떤 모습으로 표현됐는지 폭넓게 살펴볼 수 있다.

고대 유물에서 농촌의 생활도구로

전시의 흐름은 고대 토기에서 옛 농촌의 생활로 이어진다. 바퀴와 차체를 세밀하게 표현한 수레모양토기와 소달구지, 멍에, 짚으로 만든 도구가 놓였고 외양간을 재현한 공간도 마련됐다.

오랜 세월 농촌에서 실제로 쓰였던 물건들은 세대에 따라 다르게 다가온다. 젊은 관람객에게는 과거의 생활방식을 알려주는 자료지만, 해당 도구를 기억하는 세대에게는 일상에서 사용하던 물건과 풍경을 다시 떠올리게 하는 전시품이다. 전시장에서는 익숙한 농기구 앞에서 걸음을 늦추고 형태와 쓰임을 살피는 관람객들의 모습도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박물관은 과거를 처음 배우는 공간인 동시에 누군가에게는 지나온 삶을 다시 확인하는 장소가 된다. 이번 전시는 고고학 유물만 나열하지 않고 소와 함께 일했던 사람들의 생활을 구체적인 도구와 자료로 연결한다는 점에서 세대 간 이해의 폭을 넓힌다.

함안종합고등학교의 옛 자료는 함안 지역 축산교육의 흔적을 보여준다. 곰탕과 육포, 라면 등 소와 관련된 현대 식품도 전시에 포함됐다. 고대 토기와 익숙한 식품 포장이 같은 전시 흐름 안에 등장하면서 소의 이야기가 과거에 머물지 않고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음을 드러낸다.

전통 소싸움과 동물복지를 함께 묻다

전시는 소싸움을 다루는 공간에서 전통문화와 동물복지라는 두 가지 문제를 함께 제시한다. 소싸움이 오랜 전통으로 이어져 왔다는 점과 그 과정에서 동물이 겪을 수 있는 고통을 나란히 살펴보게 한다.

전통의 계승과 생명 존중이 어떻게 조화를 이뤄야 하는지는 간단히 결론 내릴 수 없는 문제다. 전시는 어느 한쪽의 주장만 강조하지 않고 두 가치를 함께 바라보도록 구성했다. 관람객들은 유물을 보는 데서 그치지 않고 오늘날 전통문화를 대하는 태도까지 생각해 볼 수 있다.

영상으로 되살린 함안의 옛 풍경

영상 공간에서는 소달구지가 짐을 싣고 옛길을 지나가는 장면이 펼쳐진다. 고분과 농촌의 풍경이 화면을 채우며, 전시장에서 확인한 유물과 생활도구가 과거의 실제 공간에서 어떻게 존재했을지 짐작하게 한다.

인공지능을 활용한 영상도 마련됐다. 흙으로 빚은 소가 화면 속에서 다시 움직이는 듯한 장면을 통해 정지된 유물과 옛 풍경을 시각적으로 연결했다. 고대 토기의 외형을 살핀 뒤 영상을 마주하면 전시의 주제인 ‘시간을 잇는 소’가 한층 분명하게 전달된다.

아라가야 유물을 품은 상설전시관

특별기획전과 함께 함안박물관 상설전시관도 둘러볼 수 있다. 제1상설전시관에는 아라가야의 토기와 철제 유물이 전시돼 있다. 별빛이 가득한 영상 공간은 고대의 하늘과 계절을 떠올리게 하며, 어두운 전시실에서 빛나는 화면을 올려다보는 관람객들의 모습이 차분한 분위기를 만든다.

야외 테라스에서는 말이산고분군이 넓게 펼쳐진다. 둥근 봉분들이 능선을 이루며 이어지고, 햇빛을 받은 고분의 윤곽이 부드럽게 드러난다. 박물관 내부의 유물을 본 뒤 실제 고분군을 바라보면 출토품이 놓였던 역사적 공간을 함께 이해할 수 있다.

말이산고분군의 봉분은 성질이 다른 흙을 여러 겹으로 쌓고 반복해 다지는 방식으로 조성됐다. 6호분 발굴 당시에는 흙이 단단해 곡괭이가 잘 들어가지 않았다는 설명도 전해진다. 1,500년의 시간을 견딘 봉분에는 당시의 축조 기술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각 고분에서 발견된 유물도 서로 다르다. 13호분에서는 별자리가 새겨진 덮개돌이 나왔고, 75호분에서는 중국 남조 시대의 연꽃무늬 청자가 발견됐다. 75호분 출토 청자는 아라가야가 바다 건너 다른 나라와 교류했음을 보여주는 자료다. 마갑총에서는 말 갑옷이 출토됐다.

함안 낙화놀이와 무진정 풍경

제2상설전시관에서는 함안 낙화놀이 영상도 볼 수 있다. 어두운 화면 속에서 불꽃이 물 위로 쏟아지는 장면이 펼쳐지며 낙화놀이의 특징을 시각적으로 보여준다.

낙화놀이가 펼쳐지는 무진정은 함안박물관 전시와 함께 살펴볼 수 있는 함안의 공간이다. 행사가 없는 때에는 오래된 나무와 정자가 연못에 비치고, 바람이 지나가면 물 위에 드리운 나뭇가지가 조용히 흔들린다. 화려한 불꽃이 없는 시간의 무진정에서는 연못과 정자가 만든 고요한 풍경을 확인할 수 있다.

함안박물관 관람 정보

구분내용
시설명함안박물관
위치경상남도 함안군 가야읍 고분길 153-31
특별기획전비상소집
전시 기간2026년 10월 28일에서 2027년 3월 28일까지
관람 시간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입장 마감오후 5시 30분
휴관일매주 월요일, 1월 1일, 설날과 추석 당일
관람료무료
주차료무료
문의함안박물관 055-580-3901, 055-580-3908

특별기획전 비상소집은 소 모양 뿔잔 한 점에서 출발해 아라가야의 의례, 농촌의 노동, 축산교육, 식생활과 동물복지까지 이어지는 전시다. 함안박물관의 상설전시와 말이산고분군을 함께 살펴보면 유물과 출토 공간의 관계도 보다 분명하게 이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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