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 진례 하촌 마을, 고즈넉한 효의 숨결

김해 진례 하촌 마을, 고즈넉한 효의 숨결
가을이 깊어가는 경상남도 김해의 진례 하촌 마을은 고요한 자연과 전통이 어우러진 특별한 공간으로 방문객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이곳은 일상에 지친 이들에게 조용한 쉼표를 제공하며, 청정 도랑과 농로를 따라 조성된 시례 누리길이 대표적인 산책 코스로 자리 잡고 있다.
시례 누리길은 벚꽃길과 AR 포토존, 다양한 체험 문화가 어우러져 자연과 함께 힐링할 수 있는 길이다. ‘누리’는 순우리말로 세상을 뜻하며, 이 길을 걷는 이들은 자연 속에서 세상의 아름다움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다. 맑은 공기를 마시며 한 걸음씩 내딛는 동안 번잡했던 마음이 차분해지고, 계절마다 변화하는 자연의 모습을 가까이에서 체험할 수 있다.
하촌 마을은 예스러운 멋과 깊은 이야기를 간직한 곳으로, 특히 효의 정신이 살아 숨 쉬는 마을로 알려져 있다. 마을 입구에 세워진 '반효자와 조효녀 정녀비'는 조선 시대 임금이 효자와 효녀에게 내린 기념비로, 마을의 효 문화를 상징하는 중요한 문화유산이다.
반효자비의 주인공 반석철은 세조 때 벼슬을 지내며 부모를 극진히 섬겼고, 부친 사망 후 3년간 시묘를 마친 뒤에도 산 사람처럼 부모를 봉양해 성종 2년에 정려비를 받았다. 조효녀 조문한의 딸은 가난한 집안 형편 속에서도 길쌈으로 술과 고기를 마련해 부모를 봉양했으며, 병든 부모를 위해 손가락과 다리뼈를 희생하는 극진한 효행으로 숙종 정묘년에 효녀비를 받았다.
하촌 마을은 ‘국제슬로시티 김해’를 대표하는 마을 중 하나로, 느리게 흐르는 여유로운 삶의 가치를 실천하는 곳이다. 국제슬로시티는 빠른 변화와 경쟁 대신 자연과 전통을 보존하며 느리게 사는 삶을 추구하는 도시들을 의미한다. 이곳은 자연과 인간, 환경이 조화를 이루며 진정한 행복의 의미를 되새기게 하는 공간이다.
2019년 마을 만들기 사업을 통해 효를 주제로 한 벽화가 골목 곳곳에 그려져 ‘효 테마 마을’로 새롭게 태어났다. 논밭과 황토색 골목이 어우러진 풍경 속에서 벽화들은 부모 공경과 가족 사랑의 메시지를 전하며, 마을의 역사와 정체성을 상징하는 작품으로 자리매김했다. 방문객들은 벽화를 감상하며 따뜻한 교훈을 얻고,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효심을 배울 수 있다.
하촌 마을 골목길을 따라 걷다 보면 돌담을 감싸는 담쟁이덩굴이 눈에 띈다. 담쟁이덩굴은 순우리말로 ‘담에 기어오르는 덩굴’을 뜻하며, 계절에 따라 푸른 잎에서 붉은 잎으로 변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이 식물은 건축물의 보온 효과를 높이고, 편두통과 류머티스 관절염 치료에 쓰이는 약재로도 알려져 있다. 꽃말은 ‘우정’이다.
도시의 소음과 번잡함에서 벗어나 잠시 고요한 자연과 전통의 숨결을 느끼고 싶을 때, 김해 진례 하촌 마을은 마음의 평온과 재충전을 선사하는 최적의 장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