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을 켠 통영 포트극장

영화관에서 전시 공간으로
통영 강구안 도깨비 골목 안쪽에는 크고 오래된 건물 하나가 자리를 지키고 있다. 건물 위를 올려다보면 포트극장이라고 적힌 간판이 눈에 들어온다. 현재는 영화관 운영을 멈춘 오래된 극장이지만, 전시 공간으로 다시 문을 열면서 과거의 모습을 시민들에게 선보였다.
포트극장은 1980년대와 1990년대를 거쳐 2000년대 초까지 통영 시민들이 영화를 관람하던 공간으로 알려져 있다. 당시에는 통영뿐 아니라 거제와 고성에서도 관객들이 찾아왔다고 전해진다. 영화를 보기 위해 사람들이 모였던 극장이 세월이 흐른 뒤 전시 공간으로 되살아난 셈이다.
세월의 흔적을 품은 내부
포트극장 내부에 들어서면 오래된 포스터와 안내문이 먼저 시선을 붙잡는다. 낡고 빛바랜 자료들은 극장이 운영되던 시기의 풍경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새롭게 꾸민 전시장과는 다른, 실제 영화관이 지나온 시간이 공간 곳곳에 남아 있다.
내부에서 특히 두드러지는 부분은 경사진 복도 구조다. 현장에서 전해진 설명에 따르면 이 건물은 극장으로 사용되기 전에 병원으로 이용됐다. 일반적인 영화관에서는 쉽게 보기 어려운 구조가 남아 있어 건물의 변화 과정을 살펴볼 수 있다.
경사진 복도를 따라 올라가면 티켓 부스가 나타난다. 이곳에서는 기억에 남는 영화나 과거 포트극장에서 재미있게 관람했던 작품을 적어보는 체험이 마련됐다. 영화 제목을 기록하는 과정은 한 편의 작품에 얽힌 개인의 기억과 극장의 역사를 자연스럽게 이어준다.
관객으로 가득했던 상영관
상영관은 포트극장의 전성기를 떠올리게 하는 중심 공간이다. 과거에는 관객들이 줄지어 앉아 영화가 시작되기를 기다렸고, 좌석이 부족할 때는 계단에 앉아서라도 스크린을 바라봤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조용해진 상영관을 둘러보면 한때 많은 사람이 같은 화면을 바라보며 웃고 긴장했던 풍경이 자연스럽게 겹쳐진다.
포트극장은 단순히 영화를 상영하던 건물이 아니라 통영과 인근 지역 주민들의 일상이 모이던 장소였다. 거제와 고성에서 찾아온 관객들까지 함께했던 만큼, 상영관과 복도에는 여러 지역 사람들의 영화 관람 기억이 쌓여 있다.
옛 포스터가 전하는 극장의 시간
극장 주인이 보관해 온 옛 상영작 포스터와 잡지는 포트극장의 지난 시간을 확인할 수 있는 자료다. 어떤 영화가 상영됐고 당시 극장 문화가 어떤 모습이었는지를 보여주는 흔적이기 때문이다. 벽에 남은 안내문과 각종 인쇄물도 그 시절 관객들이 극장을 이용하던 장면을 떠올리게 한다.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은 공간을 정리하고 낡은 시설을 손보는 과정도 이어졌다. 과거 극장의 모습을 되살리기 위해 보존된 자료와 기존 구조를 활용하면서, 포트극장이 지닌 시간의 결을 전시 안에 담아냈다.
사람의 기억으로 다시 채운 극장
포트극장의 재개방은 오래된 공간이 어떻게 다시 의미를 얻는지 보여준다. 새 시설이나 물건만으로 공간을 채운 것이 아니라, 이곳에서 영화를 봤던 사람들의 기억과 극장이 간직해 온 자료가 전시의 중심이 됐다.
강구안 도깨비 골목 안쪽에 남은 포트극장은 이제 영화를 상영하는 장소가 아닌, 통영의 극장 문화를 돌아보는 전시 공간으로 관람객을 맞았다. 오래된 간판과 경사진 복도, 티켓 부스, 상영관, 옛 포스터와 잡지가 하나로 이어지며 포트극장의 시간을 전한다.
스크린의 불빛은 꺼졌지만, 포트극장에 쌓인 관객들의 기억은 전시를 통해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한때 사람들이 줄을 서고 계단에 앉아 영화를 기다렸던 장소는 통영의 추억을 품은 공간으로 다시 이어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