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 책방과 바다의 하루

상주마을에서 만나는 조용한 책방
경상남도 남해군 상주면에는 책과 마을의 시간이 함께 쌓인 은모래마을책방이 자리하고 있다. 책방은 상주은모래비치와 가까워 책을 살펴본 뒤 바닷가를 산책하는 일정으로 이어가기 좋은 공간이다.
운영 시간은 오전 11시부터 오후 6시까지다. 차량은 책방 맞은편 공터 또는 바닷가 앞 공영주차장을 이용할 수 있다. 책방의 위치는 경상남도 남해군 상주면 남해대로697번길 10이다.
| 공간명 | 은모래마을책방 |
|---|---|
| 운영 시간 | 오전 11시부터 오후 6시까지 |
| 주차 | 책방 맞은편 공터 또는 바닷가 앞 공영주차장 |
| 위치 | 경상남도 남해군 상주면 남해대로697번길 10 |
70년 손길이 담긴 책방 로고
문을 열고 들어서면 가장 먼저 은모래마을책방의 로고가 시선을 끈다. 로고 주변에는 책방의 분위기와 지나온 시간을 설명하는 읽을거리가 놓여 있어 공간의 배경을 차분히 이해하도록 돕는다.
이 로고는 남해의 도장 장인 서용길 씨의 작품이다. 1942년생인 서 씨는 13세 때부터 도장을 팠으며, 책방 로고에는 그의 70년에 걸친 작업의 세월이 담겨 있다. 단순한 상호 표시를 넘어 지역 장인의 오랜 기술과 남해의 이야기를 보여주는 상징으로 책방 입구를 지키고 있다.
목욕탕에서 마을책방으로
은모래마을책방이 들어선 건물에는 상주마을의 생활사가 남아 있다. 과거 이곳은 마을의 유일한 목욕탕이었던 약수탕으로 운영됐다. 약수탕은 2004년 문을 닫았고, 이후에는 마을빵집 동동이 자리를 잡았다. 빵이 놓였던 공간은 다시 책이 머무는 마을책방으로 바뀌었다.
목욕탕과 빵집을 거쳐 책방이 된 변화는 한 건물이 마을 주민들의 일상과 계속 관계를 맺어온 과정을 보여준다. 쓰임은 달라졌지만 사람들이 찾아와 시간을 보내는 장소라는 성격은 이어지고 있다.
러너에게도 열린 책방
책방에는 여섯 가지 이용 안내가 마련돼 있다. 안내문을 읽으면 공간의 이용 규칙과 책방이 지향하는 성격을 이해할 수 있다. 특히 다섯 번째 안내는 이곳을 트레일러닝을 즐기는 사람들을 위한 러너 친화적 책방이라고 소개한다.
내부에 달리기와 관련된 책이 여러 권 모여 있는 것도 이러한 성격과 맞닿아 있다. 남해의 길을 달리는 사람과 책을 읽는 사람이 한 공간에서 자연스럽게 만날 수 있도록 책방의 개성이 구성돼 있다.
지역의 삶을 담은 책들
책장에는 다양한 분야의 책이 전시돼 있다. 여섯 번째 이용 안내에 따르면 시중에서 쉽게 구하기 어려운 로컬 전통문화 관련 비매품 서적도 전시·판매된다. 일반 서점의 책과 함께 지역의 역사와 생활문화를 다룬 자료를 살펴볼 수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남해에 사는 청년들과 남해를 떠난 청년들의 이야기를 담은 책도 만날 수 있다. 이 책들은 남해에서 살아가는 일과 지역을 떠나는 선택을 서로 다른 시선으로 보여준다. 남해살이를 생각하거나 귀촌과 귀농 이후의 생활에 관심이 있는 사람에게는 시골의 삶을 여러 관점에서 바라보는 읽을거리가 된다.
읽기와 간단한 작업이 가능한 내부
책방 내부는 책을 둘러보기에 넉넉한 편이다. 안쪽에는 앉아서 책을 읽을 수 있는 자리가 마련돼 있으며, 간단한 업무를 처리할 수 있도록 구분된 공간도 있다. 책장 사이를 천천히 살피는 방문객과 자리에 머물러 책장을 넘기는 이들이 어우러져 차분한 분위기를 만든다.
책을 고르는 데 익숙하지 않은 사람도 전시된 책의 주제와 공간 곳곳의 안내를 따라가며 관심 분야를 찾을 수 있다. 달리기와 지역문화, 남해 청년의 삶처럼 책방의 성격을 드러내는 주제가 한 공간 안에서 이어진다.
책방에서 바다로 이어지는 동선
은모래마을책방의 매력은 책방 안에서 끝나지 않는다. 책을 읽거나 한 권을 고른 뒤 가까운 상주은모래비치로 걸음을 옮길 수 있다. 실내의 고요한 분위기에서 벗어나 바다를 바라보며 걷는 흐름이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책방에서 머문 시간과 바닷가 산책을 한 일정으로 묶을 수 있다는 점은 상주마을에서만 누릴 수 있는 여유를 선명하게 보여준다. 평소 책을 자주 읽지 않는 방문객에게도 책장을 천천히 둘러보고 바다 앞을 걷는 일정은 복잡한 하루의 속도를 잠시 늦추는 선택지가 될 수 있다.
오래된 마을 공간의 역사, 남해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책, 지역 장인의 손길로 완성된 로고가 은모래마을책방 안에서 하나의 흐름을 이룬다. 이곳은 책을 판매하는 서점인 동시에 상주마을의 과거와 현재를 조용히 연결하는 장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