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안 낙화놀이, 전통의 불꽃을 밝히다
함안 낙화놀이, 전통의 불꽃을 밝히다
경남 함안군 무진정 연못 위로 매년 부처님 오신 날이면 전통 불꽃놀이인 '함안 낙화놀이'가 펼쳐진다. 이 불꽃놀이는 꽃잎처럼 흩날리는 불꽃으로 밤하늘을 수놓으며, 군민의 안녕과 풍년을 기원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오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이 문화유산은 이제 국내외에서 주목받는 경남도의 무형문화재로 자리매김했다.
400년 전통, 조선 선조 때 시작된 낙화놀이
함안 낙화놀이는 조선 선조 시절 함안군수였던 한강 정구가 군민의 안녕과 풍년을 기원하며 시작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40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이 전통은 19세기 후반 오횡묵 군수가 기록한 『함안총쇄록』에도 읍성이 불꽃으로 빛나는 모습으로 생생히 전해진다. 일제강점기에는 잠시 중단되었으나, 1960년대 초 괴항마을 주민들의 노력으로 부활했다.
순수 숯으로 만든 낙화봉, 장인의 손길이 깃들다
낙화놀이의 핵심은 낙화봉 제작에 있다. 매년 2월부터 참나무 3~4톤을 가마에서 15일간 태우고, 산소를 차단해 15일간 숯을 만든다. 이 숯을 곱게 빻아 숯가루로 만든 뒤 한지 위에 얇게 펴고, 광목천을 심지로 놓은 후 다시 숯가루를 덮어 돌돌 말아 낙화봉을 완성한다. 한 사람이 하루에 약 80개를 만들 수 있으며, 전체 낙화놀이에 사용되는 낙화봉은 3000~4000개에 이른다. 유황이나 화학물질 없이 순수 숯만 사용하는 점이 함안 낙화놀이의 자랑이다.
무진정 연못 위 불꽃, 밤하늘을 수놓다
낙화봉은 무진정 연못 위에 약 100개의 줄에 촘촘히 매달려 뗏목을 탄 보존회 회원들이 불을 붙이면, 불꽃이 폭포처럼 쏟아진다. 약 2시간 동안 이어지는 이 불꽃놀이는 바람에 흩날리며 환상적인 장관을 연출한다. 독특한 전통 방식으로 K-불꽃놀이로 불리며, BTS RM 뮤직비디오에도 등장해 화제를 모았다. 2023년에는 5만 명이 넘는 관람객이 찾았고, 방송과 SNS를 통해 국내외 관광객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전통 계승과 국가무형유산 승격을 향한 노력
함안 낙화놀이는 현재 경남도 무형문화재 33호로 지정되어 있으나, 국가무형유산 승격을 위한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 무진정 연못 보존과 현장 정비 등 과제가 남아 있지만, 보존회는 기반 확충과 체험 행사, 예약제 운영을 통해 전통을 계승하고 있다. 올해 제32회 낙화놀이는 5월 5일 무진정에서 개최되며, 6500명 사전 예약제로 진행되어 이미 마감되었다.
이응주 기능이수자는 "낙화놀이는 군민들의 손으로 지켜온 소중한 문화유산이다. 앞으로도 이 전통을 오래도록 이어가고 싶다"고 전했다. 함안 낙화놀이는 밤하늘을 밝히는 불꽃으로 전통의 끈을 잇고, 미래를 비추는 문화유산으로 자리매김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