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박물관, 소원 담긴 보물 3점의 비밀

거제박물관, 소원 담긴 보물 3점의 비밀
경상남도 거제시에 위치한 거제박물관은 단순한 지방 박물관을 넘어 시민들의 역사와 문화에 대한 열정이 깃든 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1990년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의 출연기금을 바탕으로 설립된 거제문화재단이 운영하는 이 사립 박물관은, 국공립 기관이나 대기업이 아니면 운영이 쉽지 않은 박물관과 미술관 분야에서 꾸준히 그 역할을 이어가고 있다.
옥포산업단지가 내려다보이는 야트막한 언덕에 자리한 거제박물관은 주변 주택가와 어우러져 소박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주차 공간이 다소 부족해 방문객들은 입구에서 약 100미터 떨어진 곳에 차량을 주차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지만, 박물관 내부로 들어서면 입체 그림의 비단잉어들이 노니는 연못이 방문객을 반긴다.
특별전시실에서는 이영준 전 통영시립박물관장이 개인 소장품 192점을 기증해 마련한 전시가 진행 중이다. 선비들의 필수품인 다양한 연적과 고려 시대 청자 청개구리 형 연적 등이 전시되어 있어, 방문객들은 옛 선비들의 삶과 문화를 엿볼 수 있다. 특히 청개구리 전래동화가 떠오르는 청자 연적 앞에서는 잠시 발걸음을 멈추게 된다.
또한, 특별한 날에 먹던 떡에 무늬를 새기던 떡살들이 전시되어 있어, ‘살 박는다’는 표현의 의미를 생생히 느낄 수 있다. 이와 함께 거제석으로 알려진 ‘배불띠기’라는 검고 매끄러운 돌도 눈길을 끈다. 장목면 서목마을에서 전해 내려오는 이 돌은 아이를 갖고자 하는 여성들이 만지며 기도하면 효험이 있다고 전해진다.
박물관 뒤편에는 옹기들이 둘러싸고 있으며, 소원을 들어주는 요술 항아리도 자리해 방문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동전을 넣고 소원을 빌려 했으나 동전이 없어 아쉬움을 남기기도 한다.
시간 여행을 떠난 듯 옛 다방 풍경을 재현한 공간에서는 당시의 영화 포스터와 옷들이 전시되어 있어 잠시 과거로 돌아간 듯한 느낌을 준다. 나팔 모양 축음기 아래에는 웃음을 자아내는 글귀가 방문객들의 시선을 끈다.
2층 민속실에서는 부엌 신인 조왕신께 인사하는 종을 치는 전통이 소개되며, 가마와 청춘 남녀의 결혼 때 신었던 신발과 옷 등이 전시되어 있다. 소원을 적은 메모지들이 나뭇잎처럼 걸려 있어 방문객들의 소망을 엿볼 수 있다.
거제의 바다와 어촌 생활을 담은 유물들 사이에는 소원을 이루어준다는 바닷속 돌, 소원석이 숨겨져 있어 눈길을 끈다.
3층 전시실에서는 석기시대부터 거제포로수용소 철망 조각까지 거제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다. 국보나 보물 같은 문화유산은 없지만, 거제의 역사가 생생하게 다가오는 공간이다.
전시실을 나서며 계단 벽면에 걸린 글귀가 방문객들에게 깊은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어디서 왔는가?”
위치 | 경상남도 거제시 거제대로 379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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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람시간 | 09:00~18:00 (매주 월요일 휴관) |
관람료 | 일반 3,000원, 학생 2,000원, 경로우대 및 장애인 2,000원 |
주차 | 무료 |
문의전화 | 055-687-6790 |
거제박물관은 거제의 역사와 생활사를 깊이 있게 체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방문객들에게 시간 여행과도 같은 특별한 경험을 선사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