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의 집에서 만나는 조선의 느림과 여유

창원의 집, 도심 속 전통의 숨결
경상남도 창원시 의창구 사림동 한복판에는 조선 후기 전통가옥의 멋과 지혜가 고스란히 담긴 ‘창원의 집’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이곳은 약 200년 전 퇴은 안두철 선생이 실제 거주하던 가옥으로, 1984년 도시개발 과정에서 사라질 위기에 처했으나 복원되어 지금까지 보존되고 있습니다.
창원의 집은 서울의 궁궐처럼 웅장하지는 않지만, 생활 속 전통을 느낄 수 있는 친근한 공간으로, 바쁜 일상에서 벗어나 마음의 속도를 늦추기에 더없이 좋은 장소입니다. 아이들과 함께 방문하면 교과서 속 역사가 눈앞에 펼쳐지고, 혼자 방문해도 조용히 사색하기에 적합한 곳입니다.
전통가옥과 자연이 어우러진 공간
안채와 사랑채, 유물전시관, 민속교육관, 팔각정, 농기구전시관 등 다양한 공간이 정갈하게 유지되어 있어 옛사람들의 일상이 그대로 멈춘 듯한 느낌을 줍니다. 특히 돌담길을 따라 걷다 보면 연못과 물레방아, 대나무숲이 어우러져 자연과 건축이 조화를 이루는 풍경을 만날 수 있습니다. 이 길을 걷는 동안 도시의 소음은 멀어지고 마음이 차분해지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한옥의 정취와 조선의 일상
안채에 들어서면 한옥 특유의 정갈함과 따스한 햇살, 나무 바닥의 온기가 느껴집니다. 마루에 앉으면 과거 주인이 차 한 잔을 나누던 장면이 떠오르기도 합니다. 사랑채에는 손님을 맞이하던 흔적과 생활도구들이 놓여 있어 조선 시대의 절제되고 실용적인 생활양식을 엿볼 수 있습니다. 화려함보다는 단정함, 편리함보다는 여유로움이 이 공간의 진정한 미덕입니다.
유물전시관과 농기구전시관에서 만나는 조상들의 삶
유물전시관에는 조상들이 사용하던 의복과 생활용품, 고문서 등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손때 묻은 나무그릇과 도자기, 빗살무늬 옹기 등은 그 시대 사람들의 삶과 정성을 느끼게 합니다. 전통 의복을 입은 마네킹을 통해 그들의 삶에 대한 공경심도 깊어집니다.
농기구전시관에서는 낫, 망치, 지게 등 도구들이 가지런히 전시되어 있어 노동의 가치와 자연과 함께 살아가던 조상들의 지혜를 되새기게 합니다. 이곳은 단순히 보는 공간이 아니라 직접 참여하며 체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문화관광해설사의 해설 프로그램이 하루 여러 차례 진행되어 조선의 건축 철학과 생활양식을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전통놀이와 음악회로 느끼는 문화의 향기
마당 곳곳에는 고리던지기, 제기차기, 투호놀이 등 전통놀이 체험 공간이 마련되어 있어 아이들이 몸으로 전통을 배울 수 있습니다. 또한 계절마다 열리는 낭만고택 음악회는 한옥의 분위기와 어우러져 국악 선율과 함께 평화로운 시간을 선사합니다.
누구나 무료로 즐기는 열린 공간
창원의 집은 입장료 없이 연중무휴로 운영되며, 약 50대의 주차 공간도 마련되어 있습니다. 아이들에게는 생생한 역사 교육의 장이 되고, 어른들에게는 잊고 지냈던 추억과 느림의 미학을 되새기는 장소입니다. 도심 속에서 전통의 숨결을 느끼고 싶을 때 언제든 방문할 수 있는 ‘창원의 집’은 오늘도 그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주소: 경상남도 창원시 의창구 사림로16번길 59 (사림동 69)
관람시간: 09:00~18:00
문의: 055-284-260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