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 분산성 해은사, 가야의 숨결을 걷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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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 분산성 해은사, 가야의 숨결을 걷다

김해 분산성 해은사, 가야의 숨결을 걷다

『삼국유사』를 따라 가야의 역사를 탐방하는 여정에서 김해 분산성과 해은사를 찾았다. 『삼국유사』 「가락국기」에는 해은사라는 이름이 등장하지 않지만, 이곳에는 수로왕과 허황옥의 영정이 모셔져 있으며, 허황옥의 바닷길과 파사석탑을 잇는 전설이 전해진다. 기록에 없는 이야기가 오히려 궁금증을 자아내는 현장이다.

김해 분산성과 해은사 위치와 접근

해은사는 경상남도 김해시 사충단길 190, 김해 분산성 안쪽에 자리하고 있다. 연중무휴로 상시 개방되며 관람료는 없다. 다만 산길이 좁아 차량 이용 시 주의가 필요하며, 절 아래에 2대 정도 주차가 가능하나 권장하지 않는다. 인근에는 김해 분산성, 김해천문대, 가야테마파크가 함께 있어 연계 방문이 가능하다.

숲길과 분산성 성벽의 역사적 의미

김해천문대에서 분산성·해은사로 이어지는 길은 좁고 울창한 숲길로, 대나무와 나무들이 길 가까이 내려와 햇살이 잎 사이로 조각조각 비친다. 차량 한 대가 겨우 지나갈 정도의 구간도 있어 주차 후 도보 이동을 권장한다. 숲길을 걷다 보면 김해 시가지가 간헐적으로 모습을 드러내며, 자연과 도시가 어우러진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분산성은 삼국시대 산성으로 국가유산포털에 등재되어 있으며, 발굴 결과 신라, 고려, 조선 시대의 축성 흔적도 확인되었다. 가야의 흔적을 찾아온 방문객에게는 여러 시대가 겹쳐진 역사적 공간으로 다가온다.

해은사와 허황옥 이야기

해은사로 내려가는 길은 다소 찾기 어려워 현지에서 길 안내를 받는 경우도 있었다. 해은사 입구에는 ‘駕洛古刹 海恩寺’라는 현판과 함께 불이문이 자리한다. 현장 안내판과 한국관광공사는 허황옥과 장유화상의 항해, 용왕의 은혜를 해은사 창건 설화로 전한다. 대왕전에는 수로왕과 허황옥의 영정이 모셔져 있다.

대왕전 내부에서 마주한 영정은 실제 인물의 얼굴이라기보다 후대의 상상으로 그려진 것으로 보인다. 영정 옆에는 쌀을 담은 그릇과 검은 돌이 놓여 있으며, 허황옥과 관련된 봉돌 이야기가 전해진다. 벽화에는 붉은 돛을 단 배가 파도를 건너는 모습이 그려져 있어, 『삼국유사』에 기록되지 않은 전승이 절 곳곳에 살아 숨 쉰다.

『삼국유사』와 해은사의 차이

『삼국유사』 「가락국기」에는 수로왕과 허황옥이 혼인한 장소에 왕후사를 세웠다고 기록되어 있다. 왕후사는 수로왕의 8대손 김질왕이 허황옥의 명복을 빌기 위해 세운 절이다. 또한 「금관성 파사석탑」 편에서는 허황옥이 아유타국에서 파사석탑을 가져왔다는 기록이 있으나, 가야에 절을 세운 것은 훗날 질지왕 때의 일로 전한다.

이처럼 해은사의 창건 설화와 『삼국유사』 기록은 일치하지 않으며, 기록에 없는 이야기가 지역 주민들의 기억과 믿음 속에서 오랫동안 전승되어 왔다. 역사적 사실과 전승을 구분하는 일 역시 가야의 흔적을 찾아가는 중요한 과정임을 알 수 있다.

김해평야와 가야의 바다

분산성 성벽 위에서 바라본 김해 시가지와 평야는 현대적 풍경이지만, 과거 가야 시대에는 지금보다 훨씬 바다에 가까운 공간이었다. 김해평야는 낙동강의 토사로 메워진 삼각주 평야로, 1930년대 대저제방 축조 이후 저습지 개발이 본격화되었다. 영문 고고학 연구에서는 가야시대 수역을 ‘Old Gimhae Bay’라 부른다.

성벽 위에서 현대의 아파트와 도로를 잠시 잊고, 당시의 물길과 갯벌을 상상하며 허황옥이 고향을 떠나 바다를 바라보았을 모습을 떠올려보는 것도 의미 있는 경험이다.

마무리

『삼국유사』를 읽으며 시작한 가야 여행은 해은사에서 기록에 없는 질문을 품고 마무리되었다. 기와지붕이 잔잔한 파도처럼 이어진 절과 햇빛 속에서 넘실거리는 김해평야는 가야의 역사와 문화가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음을 느끼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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