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촌 10년, 삶을 강의하다

수강생에서 작가로 다시 강사로
2026년 6일 오후 7시, 거창군청소년수련관에서 ‘수강생에서 작가로, 작가에서 강사로! 나도강사 특강’이 열렸다. 모두 12회로 마련된 강좌 가운데 11회차로, 김리안 강사가 ‘귀촌 10년 차 40대 N잡러의 시골 사는 이야기’를 들려줬다.
김 강사는 전자책을 출간한 지 1년이 넘은 시점에서 자신의 귀촌 과정과 정착 경험을 차분히 풀어냈다. 도시에서만 살았던 여성이 어린 자녀와 함께 연고가 많지 않은 지역으로 삶의 터전을 옮긴 과정은 참석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강연은 단순한 농촌 생활 소개를 넘어, 한 사람이 새로운 환경에서 관계를 만들고 자신의 일을 확장해 온 10년의 흐름을 보여주는 자리였다.
N잡러로 이어진 시골 생활
N잡러는 복수를 뜻하는 ‘N’, 직업을 뜻하는 ‘잡’, 사람을 가리키는 표현인 ‘러’가 합쳐진 말로, 두 가지 이상의 직업을 가진 사람을 뜻한다.
김 강사는 거창에서 블로그 기자단과 리포터, 여성단체, 육아 모임 등에 참여했고, 마을 행사와 신활력플러스사업, 식생활 관련 활동, 글쓰기와 필진 활동 등으로 영역을 넓혔다. 한 가지 역할에 머물지 않고 지역 안에서 다양한 일을 경험한 과정이 ‘시골살이 N잡러’라는 강연 주제로 이어졌다.
강연장에서는 귀촌 이후 맡아 온 여러 역할이 차례로 소개됐다. 낯선 지역에서 생활을 시작한 사람이 활동 범위를 넓히며 주민들과 연결되고, 그 경험을 다시 글과 강의의 소재로 발전시킨 과정이 중심을 이뤘다.
부산을 떠나 거창을 선택한 이유
김 강사는 부산의 12층 아파트에서 지진을 겪으며 공포와 두려움을 느낀 일이 삶의 터전을 다시 생각하게 된 계기였다고 설명했다. 처음에는 도시 외곽으로 이사하는 방안을 고민했으나, 남편이 귀농학교를 접한 뒤 여러 지역을 살펴보게 됐다.
최종 정착지는 남편의 고향인 거창이었다. 아무런 연고가 없는 곳보다는 가족의 연결점이 있는 지역이 적절하다고 판단한 선택이었다. 당시 생후 5개월 된 아이도 함께였다.
가족이 처음 자리 잡은 곳은 위천 수승대 인근의 한적한 지역이었다. 김 강사는 복잡하고 소음이 많은 부산을 벗어나 바라던 농촌 생활을 시작한 것에 큰 만족을 느꼈다고 회상했다. 그러나 몇 달이 지나면서 도시의 복잡함과 농촌의 고요함 사이에 큰 차이가 있다는 점도 체감했다. 이후 읍내로 거처를 옮기면서 생활 편의와 차분한 분위기가 조화를 이루는 환경을 찾았다고 전했다.
낯선 지역에서 관계를 만드는 법
거창에 처음 왔을 당시 김 강사가 알고 지내던 사람은 거의 없었다. 그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지역 활동에 직접 참여하는 방식을 택했다. 거창군 블로그 기자단과 리포터 활동을 시작하고 여성단체, 육아 모임 등에 참여하면서 사람들을 만났다.
귀촌 정착의 중요한 바탕은 주거지를 옮기는 일에만 있지 않았다. 지역사회 안으로 들어가 사람을 만나고 관계를 이어가는 과정이 생활의 안정으로 연결됐다는 것이 강연의 핵심 내용이었다.
김 강사는 여러 활동을 통해 맺은 소중한 인연의 도움으로 낯선 농촌 생활에 비교적 빠르게 적응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마을 행사에 참여하고 지역 사업과 글쓰기, 리포터 활동을 이어가면서 거창은 단순한 이주지가 아니라 생활과 일의 기반으로 자리 잡았다.
작은 학교에서 발견한 새로운 경험
김 강사는 자녀를 작은 학교인 주상초등학교에 보낸 일을 거창 생활에서 의미 있는 선택으로 꼽았다. 학부모 동아리에 참여하면서 도시의 규모가 큰 학교에서는 경험하기 어려웠던 활동을 해볼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학교도 학부모 의견을 받아들여 아이와 부모가 함께하는 여러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김 강사는 이러한 경험이 자녀와 부모 모두에게 긍정적인 선택이었으며, 시간이 흐른 뒤 가족이 함께 돌아볼 추억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작은 학교를 둘러싼 경험은 학교 규모만을 비교하는 내용이 아니었다. 학부모의 참여와 학교의 수용, 자녀와 부모가 함께한 활동이 어우러지면서 지역 생활의 또 다른 연결망이 형성됐다는 이야기였다.
귀농과 귀촌을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김 강사는 자신이 정착 과정에서 도움받았던 경험을 바탕으로 귀농과 귀촌을 고려하는 사람들에게 현실적인 적응 방법을 알려줄 수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 지역 모임과 공동체 활동에 참여하고, 생활 속에서 사람들과 접점을 만들어 온 경험이 그 바탕이다.
그의 이야기는 농촌으로 이사하면 모든 문제가 자연스럽게 해결된다는 내용과는 거리가 있었다. 한적한 환경에 만족하면서도 지나친 고요함을 체감해 읍내로 다시 이동했고, 인적 관계가 없는 상황에서는 여러 활동을 통해 생활 기반을 넓혀 갔다. 자신과 가족에게 맞는 환경을 찾기 위해 조정과 선택을 거듭한 과정이 구체적으로 소개됐다.
코로나 시기에 마주한 마음의 어려움
김 강사는 코로나19 시기에 산후 우울증을 심하게 겪었다고 말했다. 이어 귀촌 뒤 알게 된 인연을 통해 레이키를 접했고, 개인적으로 마음을 추스르는 데 도움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레이키가 마음의 치유와 스트레스 완화에 역할을 했다는 내용은 강사의 개인 경험으로 제시됐다.
그는 시골 생활을 통해 복잡한 도시에서는 느끼기 어려웠던 여러 혜택을 누렸고, 마음을 돌보는 데에도 좋은 환경이었다고 돌아봤다. 이 대목에서는 새로운 지역에 정착하는 과정의 밝은 면뿐 아니라 개인이 겪은 심리적 어려움도 함께 다뤄졌다.
어디서 살 것인가를 넘어선 질문
강연은 귀촌 생활의 장점이나 요령만을 나열하는 데 그치지 않았다. 도시에서 농촌으로 거처를 옮긴 이유, 한적한 마을에서 읍내로 다시 이동한 과정, 지역 활동을 통해 관계를 만든 경험, 자녀의 작은 학교 생활과 여러 일을 병행하게 된 흐름이 하나의 이야기로 이어졌다.
결국 이날 특강은 시골에서 사는 방법보다 어떤 삶을 선택하고 그 선택을 어떻게 이어갈 것인지를 생각하게 하는 자리였다. 참석자들은 한 사람의 10년간 경험을 통해 귀촌이 단순한 공간 이동이 아니라 가족의 생활 방식과 일, 교육, 지역 관계를 함께 새롭게 구성하는 과정임을 살펴볼 수 있었다.
강연 장소
특강이 열린 거창군청소년수련관은 경상남도 거창군 거창읍 교촌길 100-30에 자리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