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정원에 피어난 시

가을이 쓰고 시가 피어난 전시
2026 거창한마당축제와 제54회 아림예술제의 하나로 마련된 거창문학회 시화전이 2026년 9월 28일부터 10월 4일까지 거창근대의료박물관에서 열렸다.
전시의 슬로건은 가을 시작 가을이 쓰고 시가 피어나다였다. 시와 그림을 한자리에서 선보인 이번 전시는 가을의 정취와 지역 문인들의 감성을 함께 살펴볼 수 있도록 구성됐다.
전시 장소인 거창근대의료박물관은 옛 자생의원 건물을 활용한 공간이다. 고풍스러운 근대 건축물과 정갈한 나무 울타리가 관람객을 맞았고, 오랜 역사를 간직한 건축 공간과 문학 작품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졌다.
잔디밭 위에 펼쳐진 시화 작품
시화 작품들은 박물관 야외 정원의 잔디밭 곳곳에 놓였다. 실내 전시장과 달리 나무와 풀, 바람을 가까이에서 느끼며 시를 읽을 수 있다는 점이 이번 야외 전시의 특징이었다.
정원에 설치된 이젤은 작품을 눈높이에서 천천히 살펴볼 수 있도록 배치됐다. 작품 사이로 잔디밭과 고택의 모습이 이어지면서 정원 전체가 하나의 전시 공간처럼 펼쳐졌다.
자연 속 이젤에는 조재원 시인의 아홉산의 슬픈 사랑 이야기와 신승열 시인의 숨방울 묵이 나란히 전시됐다. 두 작품은 야외 정원의 풍경 속에서 각각의 제목과 시적 분위기를 드러냈다.
잔디밭 중앙에서는 김상민 시인의 그런 곳 있겠지와 김몽화 시인의 여름날을 만날 수 있었다. 정겨운 풍경과 시인의 감성이 어우러지며 익숙한 일상을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게 하는 구성을 보여줬다.
석탑 주변에서 만나는 서로 다른 언어
정원 석탑 주변에도 여러 시화 작품이 차례로 놓였다. 염민기 시인의 건너한 기일과 火木독서광, 김병호 시인의 어여如如가 한 공간에서 관람객을 맞았다.
작품마다 표현 방식과 화면의 분위기가 달라 한 점씩 비교하며 감상할 수 있었다. 석탑과 잔디, 시화가 한 장면 안에 자리하면서 전통적인 정원 풍경과 현대의 문학 작품이 자연스럽게 연결됐다.
노란 나비와 손가락 그림이 눈길을 끄는 이상명 시인의 볕스런 날 노랑나비도 전시됐다. 곁에는 고요한 도로 풍경을 담은 염민기 시인의 그럼 됐다가 놓였다.
노란빛을 중심으로 한 화사한 화면과 차분한 도로 풍경이 대비를 이루면서 서로 다른 정서를 전달했다. 같은 야외 공간에 놓인 작품들이지만 색채와 소재에 따라 감상의 흐름이 달라지는 모습이었다.
꽃과 시가 전하는 저마다의 감성
화사한 꽃 그림과 시가 어우러진 구역에서는 정옥선 시인의 수국과 이경애 시인의 머무를 가슴이 차례로 전시됐다.
꽃을 소재로 한 화면은 정원의 자연 풍경과 맞닿아 있었다. 꽃마다 모양과 빛깔이 다르듯 작품에도 저마다의 감성이 담겨 있어 관람객이 발걸음을 늦추고 시와 그림을 함께 살펴보게 했다.
한옥 툇마루 앞 정원에는 백종임 시인의 청량사 튤립과 정연착 시인의 카라가 놓였다. 꽃을 주제로 한 시화와 고즈넉한 한옥이 한데 어우러져 단아하고 차분한 분위기를 만들었다.
툇마루와 정원, 꽃 그림이 이어지는 전시 장면에서는 전통 건축의 멋과 문학적 감성을 동시에 확인할 수 있었다. 작품은 주변 공간과 분리되지 않고 한옥의 선과 정원의 색채 속에 자연스럽게 자리했다.
농촌의 일상과 드넓은 자연
농촌의 일상과 자연의 자유로움을 담은 작품도 전시장을 채웠다. 이앙기 그림이 정겨운 김익중 시인의 여름 풍경과 구름바다 위를 날아가는 듯한 장면을 담은 이경애 시인의 하늘 날다가 관람객을 맞았다.
한 작품은 농촌에서 접할 수 있는 일상의 풍경을 보여주고, 다른 작품은 드넓은 하늘과 구름의 이미지를 펼쳐 보였다. 평범한 생활 장면과 광활한 자연이 시인의 시선을 거쳐 각기 다른 이야기로 표현됐다.
정겨운 목욕탕 그림이 인상적인 김말순 시인의 선물과 따스한 노을빛 풍경을 담은 한갑선 시인의 우리는도 전시됐다.
목욕탕을 소재로 한 유쾌하고 친근한 그림과 차분한 노을 풍경이 대비를 이루면서도 한 공간 안에서 조화를 보였다. 두 작품은 일상 속 소소한 즐거움과 사람 사이의 정을 되돌아보게 하는 장면을 구성했다.
한옥과 나무 사이를 잇는 문학의 길
시화전이 열린 야외 정원에는 나무 아래 잔디밭과 고택 한옥이 함께 자리했다. 관람 동선을 따라 걷다 보면 자연과 건축물 사이에서 여러 시인의 작품을 차례로 마주할 수 있었다.
가을바람이 지나는 정원에서 관람객들은 작품 앞에 잠시 멈춰 시를 읽고 그림을 살폈다. 나무와 잔디가 만든 차분한 배경은 작품 감상을 방해하지 않았고, 시화가 놓인 공간마다 서로 다른 분위기를 형성했다.
이번 전시는 작품을 벽면에 나열하는 데 그치지 않고, 거창근대의료박물관의 정원과 한옥을 시화 감상의 배경으로 활용했다. 근대 건축물의 고풍스러운 모습과 야외 정원의 계절감이 지역 문인들의 작품과 이어지며 전시의 인상을 한층 선명하게 했다.
지역 문인들의 작품을 가까이에서
2026 거창한마당축제와 제54회 아림예술제 기간에 열린 거창문학회 시화전은 지역 문인들의 시와 그림을 가까운 거리에서 만나는 자리였다.
꽃과 농촌, 하늘과 노을, 일상의 친근한 장면 등 작품의 소재는 다양했다. 각 작품은 서로 다른 표현과 색채를 지녔지만, 가을 정원이라는 공통된 공간 안에서 하나의 전시 흐름을 만들었다.
시와 그림, 자연과 건축이 함께한 이번 시화전은 지역 문학을 생활 가까이에서 접할 수 있도록 마련된 문화예술 행사였다. 관람객들은 정원을 천천히 거닐며 작품을 감상했고, 가을 풍경 속에서 문학의 정서를 마주했다.
전시 장소 정보
| 장소 | 거창근대의료박물관 |
|---|---|
| 옛 명칭 | 자생의원 |
| 소재지 | 경상남도 거창군 거창읍 시장1길 32 |
| 전시 기간 | 2026년 9월 28일부터 10월 4일까지 |
| 관련 행사 | 2026 거창한마당축제와 제54회 아림예술제 |
| 전시 | 거창문학회 시화전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