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과 먹에 새긴 칠십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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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과 먹에 새긴 칠십년

거창문화센터에서 서예와 전각의 깊이를 한자리에서 살펴볼 수 있는 곽종권 개인전이 열린다. 이번 전시는 지역예술인전의 하나로 마련된 고희 기념 개인전으로, 2026년 10월 13일부터 17일까지 거창문화센터 1층과 2층 전시실에서 관람객을 맞는다.

전시 주제는 ‘전각의 향기와 서예의 운치’다. 작은 돌에 정교하게 글자를 새긴 전각부터 벽면을 채운 대형 서예까지, 작가가 오랜 세월 붓과 먹을 가까이하며 다져온 작품 세계가 층별로 펼쳐진다.

전시 개요

전시명지역예술인전 곽종권 개인전
주제전각의 향기와 서예의 운치
기간2026년 10월 13일부터 17일까지
장소거창문화센터 전시실 1층과 2층
위치경상남도 거창군 거창읍 수남로 2181
운영시간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입장마감오후 5시
휴관일일요일과 월요일
문의거창문화센터 055-940-8460

자기다운 글씨를 향한 여정

곽종권 작가는 반듯하고 아름답게 쓰는 기술만큼이나 자기답게 쓰는 태도를 중요하게 여긴다. 조금 삐뚤거나 투박하게 보이더라도 글씨 안에 쓴 사람의 개성과 마음이 담겨야 한다는 생각이다. 전시장에 놓인 작품들은 이 같은 관점을 바탕으로 서로 다른 크기와 필치, 먹의 농담을 보여준다.

작가는 평소 이백과 두보, 도연명의 시를 가까이하며 고전과 인문학에서 얻은 생각을 서예 작품에 담아왔다. “그리운 건 정이요 반가운 건 사람이다”라는 글귀 역시 글씨를 매개로 사람과 마음을 나누고자 하는 작품 세계를 드러낸다.

작은 돌에 응축된 전각

1층 전시실에서는 작은 돌에 글자를 새긴 전각 작품과 여러 서예 작품을 함께 볼 수 있다. 벽면에는 붓으로 쓴 작품이 걸려 있고, 그 아래에는 크기가 작은 전각들이 놓여 있다. 가까이 다가서면 돌의 제한된 면적 안에 새겨진 글자의 세밀한 짜임이 또렷하게 드러난다.

전각은 단순히 돌 표면에 글자를 파내는 작업에 머물지 않는다. 작가의 설명에 따르면 서예를 깊이 공부해야 접근할 수 있으며, 서예적 소양에 조각과 회화의 성격까지 어우러져야 완성되는 예술이다. 작은 돌 하나에 글자의 형태와 여백, 칼의 흐름을 함께 담아야 한다는 점에서 오랜 공부와 반복된 연습의 흔적을 엿볼 수 있다.

돌에 새긴 글자를 종이에 찍어낸 작품도 전시됐다. 흰 종이 위에 붉은색 글자가 선명하게 나타나며, 단단한 돌에 새겨진 형태와 종이 위 인상이 서로 다른 감각을 전한다. 반듯한 질서와 자유로운 움직임이 한 화면에 공존해 작가 특유의 개성을 보여준다.

1층에서는 전각의 인영과 붓으로 쓴 서예를 나란히 비교할 수 있다. 같은 문자 예술이라도 칼로 새긴 선과 붓으로 그은 선이 어떻게 다르게 표현되는지 살펴보는 것이 관람의 한 축이다.

붓과 먹이 만든 큰 화면

2층 전시실에는 세로로 길게 이어진 대형 서예 작품들이 벽면마다 배치됐다. 1층이 작은 돌에 응축된 정교함을 보여준다면, 2층은 붓과 먹이 만들어낸 크고 힘찬 흐름에 무게를 둔다. 관람객의 시선은 굵은 획과 길게 뻗은 선을 따라 자연스럽게 이동한다.

한쪽 벽을 채운 작품은 글씨와 수묵화의 경계를 함께 떠올리게 한다. 짙고 힘찬 먹의 흔적과 자유롭게 이어지는 선이 넓은 화면을 구성한다. 작품 가까이에서는 먹색의 진하고 연한 차이와 붓이 지나간 속도, 획마다 달라지는 움직임이 더욱 선명하게 보인다.

전시장 벽에 걸린 대형 붓도 눈길을 끈다. 어린아이 키만 한 이 붓은 실제 작품 제작에 사용됐다. 큰 붓을 움직이는 데 필요한 힘과 집중력, 넓은 화면을 한 번에 조율해야 하는 작업의 규모를 가늠하게 한다.

고전의 문장을 오늘의 붓으로

2층에는 작가가 평소 좋아하는 시와 글귀를 붓글씨로 풀어낸 작품이 다수 전시됐다. 고전과 시를 가까이해 온 작가는 좋아하는 문장을 직접 쓰면서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함께 담았다. 이에 따라 작품은 글자의 외형뿐 아니라 그 안에 담긴 문장의 뜻까지 살펴보게 한다.

‘권학시’에는 “소년은 늙기 쉽고 학문을 이루기 어려우니 한 치의 짧은 시간도 가벼이 여겨서는 안 된다”는 뜻의 글귀가 담겼다. 짧은 시간을 소중히 여기며 배움을 이어가야 한다는 의미가 작품을 통해 전달된다.

“세월은 늙어가도 배움에는 끝이 없으리라”는 문장도 고희를 맞은 작가가 지금까지 서예를 공부하며 자신의 예술 세계를 다져온 시간과 맞닿아 있다. 오랜 기간 한 분야에 정성을 기울이면서도 배움을 멈추지 않는 태도가 전시 전반을 관통한다.

서예와 전각을 잇는 전시

이번 개인전은 서예와 전각을 어렵고 멀리 있는 전통예술로만 제시하지 않는다. 돌과 종이, 칼과 붓이 빚어낸 서로 다른 표현을 한 공간에서 보여주며 글씨가 지닌 온기와 즐거움, 사람 사이의 마음을 잇는 힘을 전한다.

1층의 세밀한 전각에서 2층의 웅장한 서예로 이어지는 구성은 작품의 크기와 재료, 표현 방식이 달라질 때 문자 예술의 인상이 어떻게 변하는지를 자연스럽게 보여준다. 관람객들은 붉은 인영과 검은 먹빛, 작은 돌과 대형 화면을 차례로 마주하며 곽종권 작가가 구축해 온 예술 세계를 살펴볼 수 있다.

전시는 2026년 10월 17일까지 진행된다. 운영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이며 오후 5시에 입장이 마감된다. 거창문화센터는 일요일과 월요일에 휴관하며, 전시와 시설 관련 문의는 거창문화센터에서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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