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야 1600년을 걷다

Last Updated :
가야 1600년을 걷다

가을비가 잠시 잦아든 2026년 10월 13일, 국립김해박물관 앞에는 노란 국화와 붉은 꽃이 빗방울을 머금고 있었다. 짙은 초록빛 나무 사이로 박물관 표지탑이 모습을 드러냈고, LH박물관 역사 답사 일행은 단체사진을 촬영한 뒤 가야사 탐방에 나섰다. 이날 해설은 이영식 전 인제대학교 교수가 맡았다.

백제사를 이해하는 데 부여가 중요한 공간이라면, 가야사를 살피는 데 김해는 빼놓을 수 없는 현장이다. 답사단은 국립김해박물관의 특별전과 상설전시를 차례로 둘러보며 가야인의 생활과 해상 교류, 철기 문화, 여러 가야의 서로 다른 특징을 확인했다.

가을비 속에서 만난 현동 사람들

첫 관람지는 가야누리에서 열린 특별전 창원 현동 사람들 이야기 가야 바다 무덤이었다. 관람객들은 현동에서 만나다라는 안내판을 따라 어두운 전시 공간으로 들어갔다. 눈이 어둠에 익숙해지자 길게 이어진 화면에 푸른 바다가 펼쳐졌다. 맑은 물속을 헤엄치는 거북이의 모습이 지나간 뒤 붉은 불길이 화면을 채웠다. 바다와 쇠라는 가야의 두 모습이 영상 속에서 교차했다.

창원 현동 유적에서는 900기가 넘는 무덤이 확인됐다. 특별전은 특정 왕의 이름보다 현동에서 살았던 사람들의 생활을 중심에 두었다. 무덤에서 나온 유물과 전시 영상, 모형을 통해 1600년 전 사람들의 삶과 죽음, 바다를 통한 교류를 살펴볼 수 있도록 구성됐다.

진열장 안의 배모양 토기는 양쪽 끝이 위로 올라간 형태였고, 선체에는 촘촘한 선이 새겨져 있었다. 이영식 전 교수는 이순신 시대의 평저선과 달리 바닥이 뾰족한 배가 먼 항해에 유리하다는 점을 설명했다. 배의 모습을 본떠 흙으로 만든 유물은 당시 사람들이 바다를 생활과 교류의 공간으로 바라봤음을 떠올리게 했다.

집모양 토기에는 손바닥만 한 지붕과 기둥이 표현돼 있었다. 함께 전시된 오래된 그릇은 당시 살림의 모습을 보여줬고, 세월의 흔적이 남은 철기에서는 무덤 속에 묻혀 있던 긴 시간이 드러났다. 아기자기한 전시 모형은 집모양 토기의 구조를 관람객이 이해하기 쉽게 보여줬다.

특별전 관람을 마칠 무렵 다시 비가 내렸다. 이 전 교수는 비를 만난 것은 불행일 수 있지만 특별전을 만난 것은 행운이라는 취지로 말했다. 궂은 날씨 속에서도 답사단은 현동 유적에서 확인된 가야인의 생활과 바닷길을 차분히 살폈다.

선사시대에서 가야로 이어지는 길

답사단은 이어 국립김해박물관 상설전시실로 이동했다. 리모델링을 거친 전시실은 과거와 입구와 출구의 위치가 달라졌으며, 가야로 가는 길에서는 구석기시대부터 가야에 이르는 시간의 흐름을 만날 수 있었다.

이 전 교수는 약 7000년 전 가덕도 장항 유적 사람들의 사례를 들어 바닷길을 통한 교류를 설명했다. 전시된 오래된 나무배와 곡식 이삭을 따는 데 사용한 반달돌칼은 선사시대 사람들의 생활상을 보여줬다. 관람 동선을 따라 이동하면 수백 년의 시간이 한 걸음씩 이어지는 구조였다.

가야의 역사는 갑자기 등장한 것이 아니라 선사시대부터 축적된 생활과 교류의 흐름 속에서 살펴볼 수 있었다. 새롭게 바뀐 상설전시실은 시대별 유물을 연결해 관람객이 그 변화를 순서대로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

철과 수정에 담긴 가야의 기술

상설전시실에는 철기 유물이 길게 줄지어 있었다. 녹슨 창끝과 화살촉, 도끼가 전시장을 채우며 가야의 철기 문화를 보여줬다. 이 가운데 김해 양동리에서 출토된 수정 목걸이의 복제품도 관람객의 시선을 끌었다. 투명한 구슬마다 조명이 비치면서 물방울처럼 반짝였다.

이 전 교수는 가야 장인이 수정 구슬에 구멍을 내는 과정에 많은 수고가 필요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작고 단단한 구슬을 다듬고 구멍을 낸 뒤 하나로 꿰는 작업을 통해 당시 장인의 섬세한 기술을 살펴볼 수 있었다.

세 개의 다리가 달린 청동솥도 전시돼 있었다. 솥의 다리를 닭다리처럼 보고 사진을 찍으려 했다는 일화가 소개되자 현장에서는 웃음이 나왔다. 이 청동솥은 가야의 해상 무역을 살펴볼 수 있는 유물로 제시됐다.

투구와 굽은 칼, 비늘갑옷, 붉고 검은 방패는 철을 다루던 가야 전사의 무장을 보여줬다. 해설 과정에서는 케이팝 데몬 헌터스에 등장하는 굽은 칼에 관한 이야기도 나왔다. 대중문화 속 소재와 전시 유물을 함께 언급하면서 관람객의 이해를 도왔다.

금동관과 새모양 토기가 전한 의미

녹슨 미늘쇠에는 작은 새 장식 여러 개가 붙어 있었다. 금동관 앞에서는 일본서기에 나오는 뿔이 난 인물을 가야의 관모와 연결해 살펴보는 이 전 교수의 해석이 소개됐다. 이는 해설자의 학술적 견해로 전달됐다.

전시장에는 고령 지산동에서 출토된 금동관의 복제품도 놓여 있었다. 금동관의 빛과 철기에 남은 녹은 서로 다른 색을 띠었지만, 두 유물 모두 오랜 시간을 거쳐 전해진 가야 문화의 흔적을 보여줬다.

가야의 도성과 궁성을 표현한 입체 지형도에서는 대성동고분군과 봉황동이 하나의 공간으로 연결됐다. 유물만 따로 보는 데 그치지 않고 가야의 중심 공간이 어떤 지형에 자리했는지를 입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집모양 토기는 지붕과 높은 다리, 작은 출입구까지 세밀하게 표현돼 있었다. 새모양 토기는 공중에 떠 있는 듯 줄지어 배치됐고, 조명을 받은 그림자는 벽 위로 긴 날개를 펼쳤다. 전시 설명은 새가 죽은 사람의 영혼을 인도하는 존재로 여겨졌다고 안내했다.

하나가 아닌 여러 가야의 모습

따로 또 같이 전시 공간에는 금관가야와 아라가야, 대가야, 소가야의 토기가 나란히 놓였다. 토기들은 높이와 형태가 서로 달랐으며, 각 가야가 지닌 고유한 특징을 드러냈다.

이 전 교수는 가야 전체를 하나의 모습으로 뭉뚱그리기보다 각 나라의 역사를 따로 살펴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소가야를 쇠가야로 다시 읽어보자는 견해도 학자의 해석으로 소개됐다. 여러 가야의 토기를 비교하는 과정은 가야가 저마다 다른 개성을 지닌 나라들로 구성됐다는 점을 이해하게 했다.

또한 박물관은 한 번에 모든 것을 보려고 하기보다 여러 차례 찾아 새로운 시선으로 관람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 이어졌다. 같은 유물도 관람자의 지식과 경험에 따라 새롭게 보일 수 있다는 취지였다.

박물관 밖으로 이어진 가야 이야기

답사단이 전시실을 나섰을 때 비는 멎어 있었다. 검은 벽돌로 지어진 박물관 건물 위로 파란 하늘이 열렸고, 관람객들은 관광버스를 기다리기 위해 길을 건넜다.

길 건너편에는 삼국유사 가락국기에 전하는 수로왕과 허황후의 이야기를 새긴 돌 조형물이 서 있었다. 빗물이 마르고 있는 조형물 주변으로 비 갠 가을 풍경이 펼쳐졌다. 전시실에서 본 흙배와 새모양 토기, 수정 구슬의 이야기는 박물관 바깥의 가락국기 조형물까지 이어졌다.

국립김해박물관 답사는 현동 사람들의 일상에서 출발해 바다와 철, 장신구와 무장, 여러 가야의 문화로 범위를 넓히는 일정이었다. 유물과 영상, 모형, 지형도를 차례로 살피면서 가야사를 생활과 교류의 관점에서 이해할 수 있었다.

국립김해박물관 관람 정보

구분내용
시설국립김해박물관
주소경상남도 김해시 가야의길 190
관람시간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휴관일월요일
관람료무료
주차료무료
특별전 기간2026년 9월 18일부터 2027년 2월 14일까지
문의국립김해박물관 055-320-6800
가야 1600년을 걷다
가야 1600년을 걷다
가야 1600년을 걷다 | 경남진 : https://gyeongnamzine.com/10205
서울진 부산진 경기진 인천진 대구진 제주진 울산진 강원진 세종진 대전진 전북진 경남진 광주진 충남진 전남진 충북진 경북진 찐잡 모두진
경남진 © gyeongnamzine.com All rights reserved. powered by modoo.i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