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춤으로 깨어난 김해의 흥

Last Updated :
탈춤으로 깨어난 김해의 흥

가을 야외광장을 채운 김해오광대

2026년 10월 11일 오후 4시, 국립김해박물관 야외광장에서 경상남도 무형유산 김해오광대 공개행사가 열렸다. 가을빛이 짙어진 박물관 야외공간은 전통 장단과 춤사위, 익살스러운 재담이 어우러진 연희마당으로 바뀌었다.

김해오광대보존회 전승자들은 무대에 올라 김해를 대표하는 탈놀이의 흥과 멋을 시민들에게 선보였다. 화려한 무대장치보다 탈과 의상, 연희자들의 몸짓과 소리가 공연을 이끌었다. 경쾌하면서도 힘찬 전통 악기 소리가 야외광장에 울려 퍼졌고, 장단에 맞춰 이어진 익살스러운 움직임이 현장에 생동감을 더했다.

김해를 대표하는 민속가면극

오광대는 경남지역을 중심으로 전승돼 온 민속가면극이다. 김해오광대는 19세기 후반 죽림마을 주민들이 연행하기 시작해 1937년까지 이어졌다. 죽림마을은 현재 부산에 편입돼 있지만 본래 김해군에 속했던 곳이다.

김해오광대는 가락오광대라고도 불렸다. 가락이 김해의 아호라는 점에서 김해 지역을 대표하는 탈놀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사람들의 몸짓과 소리, 기억을 통해 전승돼 온 김해의 무형유산이라는 점도 이번 공개행사의 의미를 선명하게 했다.

여섯 과장으로 펼친 풍자와 해학

공연은 김해오광대의 전체 구성을 보여주는 여섯 과장으로 진행됐다. 중과장을 시작으로 노름꾼과장, 양반과장, 영노과장, 할미·영감과장, 사자무과장이 차례로 이어졌다.

  1. 중과장
  2. 노름꾼과장
  3. 양반과장
  4. 영노과장
  5. 할미·영감과장
  6. 사자무과장

각 과장은 서로 다른 등장인물과 이야기를 담고 있지만, 재담과 몸짓으로 당시 사회상을 풍자하고 민중의 삶과 감정을 해학적으로 풀어낸다는 공통점을 보였다. 많은 대사에 의존하기보다 춤과 동작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돼 어린이부터 어르신까지 흐름을 따라갈 수 있는 공연으로 펼쳐졌다.

장단과 몸짓으로 문을 연 중과장

첫 무대인 중과장은 2026년 김해오광대 공개행사의 시작을 알렸다. 전통 악기의 경쾌한 장단과 힘찬 소리가 공연의 분위기를 끌어올렸고, 이에 맞춘 출연진의 익살스러운 몸짓이 관객의 시선을 모았다.

악기 특유의 울림과 리듬은 야외공연의 현장감을 높였다. 말보다 춤과 몸짓이 중심이 되면서 인물의 성격과 장면의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드러났다. 관객들은 연희자들의 동작과 장단을 따라가며 전통 탈놀이가 지닌 신명과 흥을 함께 마주했다.

노름과 도둑질을 다룬 노름꾼과장

두 번째 무대인 노름꾼과장에서는 노름판을 둘러싼 이야기가 펼쳐졌다. 노름꾼들이 투전놀이를 하던 중 절름발이 어딩이가 무시르미를 업고 등장해 개평을 요구한다. 노름꾼들이 이를 거절하자 어딩이는 노름돈을 훔쳐 달아나고, 결국 붙잡혀 포졸에게 끌려간다.

이 과장은 노름에는 관대한 태도를 보이면서도 도둑질은 반사회적인 범죄행위이므로 엄하게 다뤄야 한다는 인식을 담고 있다. 무거울 수 있는 주제를 재치 있는 재담과 동작으로 풀어내며, 전통 탈춤 특유의 풍자와 해학을 드러냈다.

신분 질서를 비튼 양반과 영노

양반과장에서는 말뚝이가 양반의 허위의식을 익살스럽게 꼬집었다. 양반을 향한 날카로운 풍자는 웃음을 통해 전달됐고, 관객들은 인물 사이에 오가는 재담과 몸짓에 집중했다.

이어진 영노과장에서는 양반을 위협하는 영노가 등장했다. 당시의 신분 질서를 뒤집는 설정이 통쾌한 풍자로 이어지며 양반과장과는 또 다른 긴장과 재미를 만들었다. 권위와 질서를 웃음으로 비트는 장면은 김해오광대가 지닌 풍자적 성격을 또렷하게 보여줬다.

삶의 갈등을 담은 할미와 영감

할미·영감과장에서는 본처와 첩을 둘러싼 삼각관계가 다뤄졌다. 앞선 과장들이 양반의 허위의식이나 신분 질서를 풍자했다면, 이 무대는 가족과 관계 속 갈등을 중심에 놓으며 공연의 분위기를 바꿨다.

서로 다른 성격의 과장이 차례로 이어지면서 김해오광대가 사회의 여러 모습과 민중의 감정을 폭넓게 담아온 탈놀이라는 점이 무대 위에서 나타났다. 마지막 사자무과장까지 공연의 흐름이 이어지며 여섯 과장의 구성이 완성됐다.

공연과 함께한 따뜻한 나눔

행사 현장에서는 관람객들에게 떡을 나누는 시간도 마련됐다. 전통 공연을 관람하는 즐거움에 먹거리를 함께 나누는 정겨운 풍경이 더해졌다. 야외광장에는 장단과 웃음이 이어졌고, 관객들이 공연과 나눔을 함께 누리면서 현장 분위기는 한층 풍성해졌다.

사람을 통해 이어지는 무형유산

이번 공개행사는 탈과 의상, 연희자의 몸짓이 중심이 되는 민속극의 특성을 가까이에서 보여줬다. 김해오광대는 고정된 전시물이 아니라 사람의 움직임과 소리, 기억을 통해 이어지는 살아 있는 문화유산이라는 점을 무대에서 확인하게 했다.

선선한 가을 오후 국립김해박물관에서 펼쳐진 김해오광대는 김해 지역에 전승돼 온 전통문화의 흥과 해학을 시민들에게 전했다. 세대를 이어 함께 보고 즐기는 공개행사는 오랜 무형유산을 다음 세대에 전하는 현장이 됐다.

탈춤으로 깨어난 김해의 흥
탈춤으로 깨어난 김해의 흥
탈춤으로 깨어난 김해의 흥 | 경남진 : https://gyeongnamzine.com/10508
서울진 부산진 경기진 인천진 대구진 제주진 울산진 강원진 세종진 대전진 전북진 경남진 광주진 충남진 전남진 충북진 경북진 찐잡 모두진
경남진 © gyeongnamzine.com All rights reserved. powered by modoo.i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