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이산 품은 춘암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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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이산 품은 춘암마을

산과 물이 감싼 춘암마을

경상남도 고성군 하일면의 춘암마을은 북쪽에서 뻗어 내린 좌이산 줄기가 마을을 감싸고, 마을 앞에는 오방천이 흐르는 배산임수형 지형에 자리한다. 좌이산과 오방천 사이에 형성된 기름진 농경지는 오랫동안 주민들의 삶을 지탱해 왔다.

마을 사람들은 논밭에서 곡식을 거두며 생활 기반을 다졌고, 풍족한 농업 생산을 바탕으로 비교적 여유 있는 공동체를 형성했다. 산줄기와 하천, 농경지가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풍경에는 춘암마을이 걸어온 시간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춘암이라는 이름의 유래

춘암이라는 마을 이름은 장춘의 춘과 입암의 암을 합쳐 만들었다고 전해진다. 봄처럼 온화한 기후를 뜻하는 춘과 마을 주변에 우뚝 선 바위를 가리키는 암을 취했다는 이야기도 함께 전해진다.

춘암이라는 두 글자에는 마을의 자연환경과 행정구역의 역사가 함께 담겨 있다. 이름의 유래를 살펴보면 주민들이 따뜻한 기후와 주변 지형을 어떻게 인식해 왔는지도 엿볼 수 있다.

1660년경 시작된 정착의 역사

춘암마을의 형성 시기는 1660년경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약 360년 동안 주민들은 마을을 삶의 터전으로 삼아 농사를 짓고 공동체의 질서를 이어 왔다.

마을에는 김해 김씨와 김영 김씨의 재실이 남아 있다. 재실은 어느 문중이 언제 마을에 정착했는지, 어떤 인물을 중심으로 후손들이 모였는지 살필 수 있는 자료다. 또한 문중과 주민들이 오랜 세월 어떤 관계를 맺으며 공동체를 유지했는지 이해하는 단서가 된다.

전통 농촌사회에서 재실은 조상 제례를 지내고 후손을 교육하며 마을의 여러 일을 논의하는 공간으로 기능했다. 춘암마을의 재실 역시 정착 과정과 문중 중심 공동체의 변화를 보여주는 역사적 흔적으로 남아 있다.

담장과 골목에 남은 시간

마을 안으로 들어서면 오래된 담벼락과 한적한 골목이 이어진다. 담장에 밴 세월의 흔적은 춘암마을이 지나온 긴 역사를 드러낸다. 가을에는 담장을 타고 자란 애호박과 계절 내내 피어난 능소화가 마을 풍경에 따뜻한 색을 더한다.

잘 포장된 길을 따라 펼쳐지는 골목은 조용하고 여유롭다. 농사일을 마치고 돌아오는 주민의 모습도 눈에 들어온다. 인적이 드문 골목과 차분한 풍경에서는 농촌의 고령화가 진행되는 현실도 자연스럽게 읽힌다.

춘암마을의 담벼락과 골목은 단순한 생활 공간을 넘어 주민들의 삶과 공동체의 기억을 품은 장소다. 오래된 집과 계절의 식물이 어우러진 마을 안쪽에서는 옛 농촌의 정취가 이어지고 있다.

농업과 해양수산이 만든 공동체

춘암마을은 농업과 해양수산, 문중 중심의 공동체라는 세 축을 바탕으로 형성됐다. 마을 앞의 넓고 기름진 들에서는 농사를 넉넉하게 지을 수 있었고, 주민들은 이를 기반으로 자녀 교육에도 힘을 기울였다.

후손들을 도시로 유학 보낼 만큼 교육을 중요하게 여긴 분위기는 마을의 특징 가운데 하나였다. 안정적인 농업 생산과 교육에 대한 관심이 맞물리면서 춘암마을에서는 여러 인재가 배출됐다.

가을이 깊어지면 오방천의 물을 공급받은 앞들에는 곡식이 익어 황금빛 풍경이 펼쳐진다. 산 아래의 마을과 농경지, 물길이 한 장면 안에 이어지며 춘암마을의 생활 기반이 자연환경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음을 보여준다.

오방천과 자란만의 풍요

춘암마을 앞을 흐르는 오방천은 농경지에 물을 공급하는 중요한 젖줄이다. 오방천의 물은 들판을 지나 자란만으로 이어지며, 농업과 해양수산을 함께 품은 마을 환경을 형성한다.

자란만에서는 오방천의 내수와 바닷물이 만나 기수역이 만들어진다. 이 일대에서는 플랑크톤을 바탕으로 해양 생물의 먹이 활동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각종 어패류와 바다 생물이 자란다. 들에서 생산되는 곡식과 바다에서 얻는 수산물은 주민들에게 풍족한 먹거리를 제공해 왔다.

좌이산에서 오방천과 농경지를 거쳐 자란만으로 이어지는 자연환경은 춘암마을의 삶을 떠받치는 핵심 기반이다.

장춘초등학교가 남긴 교육의 역사

장춘초등학교는 1940년 8월 15일 개교했다. 제1회부터 제3회까지의 졸업은 일제강점기에 이뤄졌으며, 제1회 22명, 제2회 33명, 제3회 35명의 졸업생을 배출했다.

구분졸업생 수
제1회22명
제2회33명
제3회35명

학교가 배출한 전체 졸업생은 약 2천 명에 이른다. 초기 졸업생 수와 개교 시기를 통해 당시 주민들의 배움에 대한 열망을 짐작할 수 있다. 자녀 교육을 중시했던 춘암마을의 분위기도 장춘초등학교의 역사와 맞닿아 있다.

학교 운동장 주변의 나무들은 오랜 세월 자라 숲을 이루고 있다. 교정에 남은 나무와 운동장은 여러 세대의 학생들이 공부하고 뛰어놀았던 시간을 보여준다. 학교는 마을의 교육 공간인 동시에 주민들의 기억이 쌓인 장소로 남아 있다.

역사와 자연을 잇는 마을

춘암마을은 17세기 중엽부터 이어진 정착의 역사와 농어업 중심의 생활문화를 간직하고 있다. 문중의 재실과 오래된 담장, 한적한 골목, 장춘초등학교는 서로 다른 모습으로 마을의 시간을 증언한다.

좌이산 줄기와 오방천, 넓은 농경지와 자란만은 주민들의 생업과 생활환경을 함께 형성해 왔다. 오랜 역사와 전통을 보존하면서 농어업과 역사 자원, 자연환경이 조화를 이루는 것은 춘암마을의 중요한 과제다.

주민들이 편안하게 생활할 수 있는 환경을 갖추고 마을의 고유한 자원을 이어 간다면, 춘암마을은 전통과 자연이 공존하는 공동체로 계속 발전할 수 있다.

춘암마을회관 위치

춘암마을회관은 경상남도 고성군 하일면 춘암4길 32에 자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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