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한 밀양 예림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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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한 밀양 예림서원

붐비는 관광지를 벗어나 조용한 밀양 여행을 계획한다면 부북면 후사포리의 예림서원을 눈여겨볼 만하다. 예림서원은 점필재 김종직의 학문과 덕행을 기리는 공간으로, 강학 시설과 사당이 앞뒤로 이어지는 전통 서원의 구조를 간직하고 있다.

오랜 역사가 깃든 건축물과 고목, 계절에 따라 빛깔을 달리하는 주변 풍경이 어우러져 차분하게 머물기 좋은 장소다. 해가 산 능선 너머로 기우는 늦은 오후에는 낮은 햇빛이 서원 마당과 오래된 건물 사이를 비추며 한층 고즈넉한 분위기를 만든다.

예림서원의 역사

밀양 예림서원은 조선시대 사림의 종장으로 일컬어지는 점필재 김종직의 덕행과 학문을 기리기 위해 1567년 밀양 부사 이경우가 세웠다. 처음에는 덕성서원이라는 이름을 사용했다.

1637년 부남면 운례리, 현재의 예림리로 옮기면서 명칭을 예림서원으로 바꾸었다. 이후 오졸재 박한주와 송계 신계성을 추가로 배향했다.

1669년 현종 10년에 사액서원이 되면서 국가의 지원을 받았으나, 1680년 숙종 6년 화재로 모두 불탔다. 그 뒤 현재 자리로 옮겨 다시 세웠다. 1871년 고종 8년 서원철폐령으로 훼철됐고, 1874년 고종 11년부터 건물이 하나씩 복구되면서 오늘의 모습에 이르렀다.

창건과 이전, 화재와 훼철, 복구의 과정을 거친 예림서원은 조선시대 서원 역사의 굴곡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독서루에서 만나는 서원

입구의 독서루를 지나면 정면으로 강학 공간이 펼쳐지고, 마당 양쪽에는 동재와 서재가 자리한다. 독서루는 유생들이 책을 읽고 토론하며 쉬던 공간이다. 누각에 오르면 강당을 중심으로 배치된 건물과 마당의 전체 구성을 차분하게 살펴볼 수 있다.

마당 한가운데에는 큰 소나무가 서 있다. 소나무 가지 사이로 독서루와 열고각, 직방재를 바라보면 오래된 건물과 나무가 한 화면 안에서 겹쳐진다. 사람의 움직임이 많지 않은 시간에는 넓은 마당과 단정한 목조 건물이 어우러져 한적한 분위기가 더욱 또렷해진다.

강학 공간 구영당

예림서원의 강당인 구영당은 중앙에 대청마루를 두고 양쪽에 온돌방을 배치한 구조다. 건물에는 예림서원 현판과 구영당 현판이 걸려 있다.

중앙 대청마루는 유생들이 함께 강의를 듣고 학문을 논하던 장소였다. 좌우 온돌방은 교육과 숙식 기능을 겸했으며 스승이 머무는 공간으로도 쓰였다. 현재는 서원 행사와 유림의 회합, 학문을 강론하는 장소로 활용되고 있다.

구영당은 단순한 옛 건물이 아니라 배움과 토론이 이어졌던 예림서원의 중심 공간이다. 대청마루와 온돌방의 구성을 살펴보면 당시 교육과 생활이 한 건물 안에서 어떻게 이뤄졌는지 이해할 수 있다.

유생들이 머물던 동재와 서재

강당 바로 앞 양쪽에는 동재와 서재가 마주 보고 있다. 오늘날의 기숙사에 해당하는 곳으로, 예림서원에서 공부하던 유생들이 머물렀다.

두 건물은 온돌방과 끝부분의 마루 공간으로 구성돼 있다. 서로 마주 보는 건물의 마루는 각각 반대쪽 끝에 배치돼 있어 서원 건축의 균형과 공간 구성을 함께 살펴볼 수 있다.

열고각 맞은편의 몽양재는 어린 유생들의 기숙사로 이용된 공간이다. 강당과 동재, 서재, 몽양재를 차례로 둘러보면 서원 안에서 공부하고 생활했던 유생들의 일상을 건물 배치를 통해 짐작할 수 있다.

책판을 보관한 열고각

열고각은 김종직의 문집을 간행하기 위해 만든 책판을 보관하던 건물이다. 예림서원에 보관된 점필재문집 책판은 김종직의 시문집을 펴내기 위해 제작됐다.

김종직이 세상을 떠난 다음 해에는 제자이자 처남인 조위가 원고를 편집해 1498년 초간본을 냈다. 그러나 같은 해 무오사화가 일어나 초간본은 사라졌다. 1520년에는 제자이자 생질인 강중진이 남아 있던 원고를 다시 모아 경북 선산에서 목판본으로 간행했다. 이 책판은 1789년 예림서원으로 옮겨졌다.

이준록은 점필재 김종직의 부친인 강호 김숙자의 행적을 담은 책이다. 사대부 가문이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보여주는 귀중한 자료로, 경상남도 유형문화유산으로 등록돼 있다.

전학후묘 구조와 육덕사

대강당 구영당 뒤편에는 향사에 사용하는 제기를 보관하는 전사청이 있다. 예림서원은 앞쪽에 강학 공간을 두고 뒤쪽에 사당을 배치한 전형적인 전학후묘 형식을 갖추고 있다.

사당으로 들어가는 내삼문에는 정양문이라는 현판이 걸려 있다. 문과 목재 표면에는 오랜 세월의 흔적이 남아 있어 서원이 지나온 시간을 보여준다.

사당인 육덕사에는 김종직과 박한주, 신계성의 위패가 봉안돼 있다. 사당 문은 잠겨 있는 경우가 있어 내부 관람에는 제한이 있을 수 있다. 다만 문틈을 통해 육덕사의 모습을 일부 살펴볼 수 있다.

은행나무와 늦가을 풍경

예림서원에는 두 그루의 은행나무가 있다. 11월 무렵이면 잎이 노랗게 물들기 시작해 오래된 서원 건물과 선명한 색의 대비를 이룬다. 주변 산까지 단풍으로 물들면 마당과 누각, 기와지붕 너머로 늦가을 풍경이 이어진다.

서원을 한 바퀴 둘러본 뒤 독서루에서 안쪽을 바라보면 강당과 부속 건물, 마당의 나무가 한눈에 들어온다. 유생들이 독서와 토론을 하며 쉬었던 공간에서 바라보는 풍경은 예림서원의 배치와 규모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

화려한 볼거리보다 고요한 역사 공간과 계절의 변화를 천천히 마주하고 싶은 여행자에게 어울리는 장소다.

관람 정보

구분내용
명칭예림서원
위치경상남도 밀양시 부북면 예림서원로 128
문화관광해설 운영시간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해설 미운영 시간낮 12시부터 오후 1시까지
해설 문의와 예약예림서원 문화관광해설 055-359-5783

예림서원 건물 바로 앞에 주차장이 있으며, 그 아래에도 비교적 넓은 주차 공간이 마련돼 있다. 서원 주변에는 식당이 있어 관람 전후 식사를 함께 계획할 수 있다.

함께 살펴볼 밀양 명소

예림서원 주변에서 함께 둘러볼 수 있는 곳으로는 위양못과 국보 영남루, 금시당, 추원재가 소개돼 있다. 예림서원을 중심으로 일정을 구성하면 서원 건축과 전통 문화유산, 밀양의 자연 풍경을 차분히 이어서 살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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