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에서 만난 천년의 흔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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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에서 만난 천년의 흔적

창원의 역사와 문화를 실내에서 차분히 살펴볼 수 있는 공간이 국립창원대학교 안에 있다. 국립창원대학교박물관은 선사시대부터 고려와 조선시대까지 이어지는 유물을 통해 창원과 경남 지역의 역사를 보여주는 곳이다. 하와이로 이주한 한인들의 삶과 독립운동 지원 기록을 조명하는 전시와 창원 지역 석조문화재를 모은 야외전시장도 함께 갖추고 있다.

대학의 교육·연구 공간을 넘어 시민에게 지역 문화유산을 알리는 열린 박물관이라는 점이 이곳의 특징이다. 실내 역사관과 기획 전시, 야외전시장을 차례로 살펴보면 지역에서 출발한 역사가 한인 이민과 조국 독립을 향한 마음으로 이어지는 흐름을 이해할 수 있다.

향토관에서 출발한 지역 박물관

국립창원대학교박물관의 시작은 1973년 문을 연 향토관이다. 1981년 3월 정식 박물관으로 개관한 뒤 가야권역 문화재 지표조사를 시작으로 경남과 울산 지역의 여러 발굴조사에 참여했다. 조사와 보존 활동을 통해 지역 곳곳에 남은 문화유산의 의미를 밝히는 역할을 이어왔다.

박물관에는 선사시대부터 고려·조선시대에 이르는 고고·역사·민속 유물 약 1만2천 점이 소장돼 있다. 시대별 유물을 한자리에서 확인할 수 있으며, 특히 경남 지역의 역사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가야와 신라의 유물을 비교해 살펴볼 수 있다.

박물관은 국립창원대학교 도서관 1층에 자리한다. 대학 구성원의 교육과 연구를 지원하는 동시에 시민에게도 무료로 개방돼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가까이 접할 기회를 제공한다. 대학 안에 있어 다소 낯설게 느껴질 수 있지만, 전시 공간에서는 출토 유물과 기록 자료를 중심으로 창원과 경남의 오랜 시간대를 차분하게 따라갈 수 있다.

유물로 이어지는 창원의 시간

역사관은 창원과 경남 지역에서 전해진 문화유산을 통해 과거 사람들의 생활과 문화를 소개한다. 오늘날 사람들이 살아가는 창원에도 오래전부터 공동체가 형성됐고, 각 시대의 사람들이 저마다의 생활방식과 문화를 발전시켰다는 사실이 유물에 남아 있다.

선사시대 유물에서 시작된 전시는 가야와 신라를 거쳐 고려와 조선시대의 자료로 이어진다. 관람객은 교과서에서 접했던 시대를 실제 유물과 연결해 이해할 수 있다. 형태와 쓰임이 서로 다른 유물을 살펴보는 과정에서는 당시 사람들의 일상과 기술, 지역 문화의 변화를 짐작할 수 있다.

가야와 신라의 유물을 함께 비교할 수 있다는 점은 경남 지역사의 흐름을 입체적으로 살펴보게 한다. 전시장에 놓인 자료들은 역사를 먼 과거의 이야기로만 남겨두지 않고, 현재의 창원이 오랜 시간 축적된 삶의 터전이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잊힌 이민자의 삶을 기록하다

역사관 맞은편에는 ‘잊혀진 이야기, 역사가 되다’ 전시가 마련돼 있다. 이 전시는 하와이 이민 1세대가 남긴 묘비를 중심으로 이들의 삶과 죽음, 고향을 향한 그리움과 조국 독립에 대한 마음을 살펴보는 자리다.

1902년 12월 한국인들이 새로운 삶을 찾아 하와이로 향하면서 공식적인 집단 이민의 역사가 시작됐다. 이후 많은 한국인이 하와이로 건너가 사탕수수 농장에서 고된 노동을 이어갔다. 낯선 환경에 정착해야 했던 이들의 삶은 당시 사진과 묘비 기록, 여러 역사 자료를 통해 전시장에 펼쳐진다.

전시는 거대한 사건만을 앞세우지 않는다. 타국에서 하루하루를 살아간 이민자 개인의 흔적을 중심에 놓고, 잘 알려지지 않았던 하와이 한인들의 생활을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전시 공간의 사진과 기록을 따라가면 이민이라는 선택 뒤에 놓인 노동과 정착의 어려움, 고향을 잊지 않으려 했던 마음이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묘비에 남은 이름과 고향

국립창원대학교박물관은 2019년부터 하와이 현지에 남아 있는 한인 이민자 묘비를 조사해 잊혀 가던 기록을 찾아왔다. 묘비에는 이름과 출신지, 출생과 사망 연도 등 한 사람의 생애를 짐작할 수 있는 정보가 새겨져 있다.

일부 묘비에서는 ‘대한인’과 ‘조선인’이라는 글자도 확인된다. 머나먼 타국에서 생활하면서도 자신이 어디에서 왔으며 뿌리가 어디에 있는지를 남기려 했던 흔적이다. 평범해 보이는 돌에 새겨진 이름과 몇 줄의 정보는 시간이 흐른 뒤 한 시대의 이민사를 복원하는 역사 자료가 됐다.

묘비에 남은 한 사람의 이름은 개인의 생애를 넘어 초기 한인 이민 공동체의 존재를 증명한다. 전시는 유명 인물이나 큰 사건만으로 역사가 구성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자리에서 시대를 견딘 평범한 사람들의 기록도 소중한 역사라는 사실을 전한다.

고국 독립을 향한 하와이 한인들

하와이 한인들의 역사는 낯선 땅에 정착한 이민의 과정에만 머물지 않는다. 이들은 사탕수수 농장에서 힘든 노동을 이어가면서도 고국의 상황에 관심을 기울였고, 독립운동을 지원하기 위해 힘을 모았다.

전시 자료에는 하와이 한인들이 모금에 참여하고 독립운동을 지원한 기록이 소개돼 있다. 안중근 의사와 관련한 성금 모금 이야기도 포함돼 당시 한인 사회가 조국의 독립을 얼마나 간절히 바랐는지 보여준다. 넉넉하지 않은 생활 속에서도 뜻을 모아 고국을 지원했다는 점에서 이들의 실천이 지닌 의미가 더욱 선명해진다.

이 기록들은 독립운동의 역사가 국내에만 한정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하와이에 정착한 평범한 노동자들도 각자의 자리에서 조국을 기억하고 독립을 위한 움직임에 힘을 보탰다. 전시장은 이처럼 이름이 널리 알려지지 않은 사람들의 참여를 역사 속으로 다시 불러낸다.

건물 밖으로 이어지는 문화유산

박물관 관람은 실내에서 끝나지 않는다. 건물 밖 야외전시장에는 창원 지역에서 발견된 여러 석조문화재가 전시돼 있다. 대표 전시물로는 창원 반계동 고인돌과 창원 상천리 석조여래좌상, 창원 소답동 석조보살상이 있다.

이들 문화유산은 발굴조사에서 발견됐거나 공사 과정에서 훼손될 위험이 있어 현재 자리로 옮겨졌다. 야외 공간에 놓인 석조문화재는 오랜 세월을 견딘 표면과 형태를 그대로 드러낸다. 관람객들은 전시물 주변을 천천히 이동하며 창원 곳곳에 남아 있던 역사의 흔적을 가까운 거리에서 확인할 수 있다.

실내 역사관이 유물과 자료를 통해 시대의 흐름을 정리해 보여준다면, 야외전시장은 지역의 땅과 생활 공간에 존재했던 문화유산의 실체를 보여준다. 두 공간을 함께 둘러보면 창원의 역사가 박물관 진열장 안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지역 곳곳에 이어져 있다는 점을 이해하기 쉽다.

창원 역사문화 관람 정보

시설명국립창원대학교 창원캠퍼스 박물관 3호관
위치경상남도 창원시 의창구 창원대학로 20 국립창원대학교
박물관 위치국립창원대학교 도서관 1층
관람 대상대학 구성원과 시민
관람료무료
주요 공간역사관, 하와이 한인 이민 관련 전시, 야외전시장

국립창원대학교박물관에서는 창원과 경남의 선사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 이어지는 문화유산, 하와이 이민 1세대의 삶과 독립운동 지원 기록, 창원에서 발견된 석조문화재를 한 흐름으로 살펴볼 수 있다.

역사에 관심이 있는 시민은 물론 자녀와 함께 지역 문화를 알아보려는 가족에게도 의미 있는 관람 공간이다. 지역 문화유산의 조사와 보존, 시민을 위한 공개가 함께 이뤄지는 이곳은 창원의 과거를 오늘의 일상 가까이에서 만나는 박물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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