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창의 시간을 걷는 길

경상남도 남해군 창선면 당저리에 자리한 당저2리 마실길은 창선도의 바다와 갯마을 풍경, 오래된 포구의 역사를 함께 만날 수 있는 해안 산책로다. 창선대교를 건너 창선면으로 들어선 뒤 부윤2리에서 추도 방향으로 이동하면 완만한 해안선과 조용한 마을이 차례로 모습을 드러낸다.
번잡한 관광지와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해안에서는 솔바람과 짭조름한 갯내음이 느껴지고, 잔잔한 파도와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 소리가 마을 주변을 채운다. 바다와 주민들의 생활 공간이 맞닿은 길을 천천히 걸으며 창선도의 소박한 정취를 살펴볼 수 있다.
당저2리 마실길의 시작
추도에 들어서면 나무로 만든 당저2리마을 마실길 행복 스토리 안내도를 확인할 수 있다. 남해군 보건소가 조성한 안내도에는 일주일에 5일 이상, 하루 30분씩 규칙적으로 걷자는 생활 속 건강 실천 내용이 담겨 있다.
마실길은 별도의 시설 안에 조성된 관람 공간이 아니라 마을과 해안을 연결하는 생활형 걷기 구간이다. 누구나 일상에서 걷기를 실천할 수 있도록 마을길의 특성과 주변 지점을 안내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걷기와 지역 이야기를 한 공간에서 접할 수 있어 산책을 시작하기 전에 안내판을 살펴보면 길의 맥락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해창이라는 이름의 유래
안내판에는 당저2리의 유래도 소개돼 있다. 이 지역은 본래 ‘댕밑’으로 불리던 당저리와 같은 마을이었으나 행정구역 개편을 거치면서 댕밑은 당저1리, 해창은 당저2리로 나뉘었다.
고려 시대에는 창선도 전역에서 거둔 조세와 지역 특산물을 모아 바닷길로 서울까지 운송했다. 당시 세곡과 물품을 보관하던 국고 창고가 이곳에 자리하면서 ‘해창’이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안내돼 있다.
과거 세곡선과 물품이 오갔던 포구는 오늘날 차분한 해안 마을과 산책길로 남아 있다. 바다를 바라보며 걷는 현재의 풍경 뒤에 조세와 특산물을 보관하고 운송했던 지역의 시간이 겹쳐 있다는 점에서 당저2리 마실길의 의미가 더욱 선명해진다.
남파랑길과 이어지는 해안선
안내판에서 해안 제방 방향으로 이동하면 벚나무 가지에 걸린 노란색과 파란색의 남파랑길 안내 리본이 보인다. 바람에 흔들리는 리본은 걷기 여행자에게 진행 방향을 알려주는 표지 역할을 한다.
남파랑길은 부산에서 해남 땅끝마을까지 이어지는 장거리 남해안 걷기 여행길이다. 창선도의 해안 구간도 이 길을 구성하는 일부다. 당저2리에서는 마을길과 포구, 바다가 자연스럽게 이어져 남해안 걷기 여행길의 특성을 가까이서 확인할 수 있다.
인근에는 남해 바래길 코스 가운데 하나인 말발굽길 안내판도 설치돼 있다. 서로 다른 걷기 길의 표지를 한자리에서 살필 수 있어 당저2리가 창선도 도보 여행의 연결 지점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말발굽길의 주요 구간
말발굽길은 해안선을 따라 마을과 포구를 잇는 약 15.4㎞의 트레킹 코스다. 전체 구간을 걷는 데에는 약 5시간이 소요된다. 안내판에 표시된 주요 지점과 거리는 다음과 같다.
| 구간 지점 | 표시 거리 |
|---|---|
| 창선교에서 추성공원 | 2.3㎞ |
| 추성공원에서 부윤 | 2.3㎞ |
| 부윤에서 보현사 | 1.9㎞ |
| 보현사에서 대곡 | 1.9㎞ |
| 대곡에서 장포 | 1.7㎞ |
| 장포에서 모상개 해수욕장 | 3.5㎞ |
전체 코스를 완주할 수도 있지만, 당저2리처럼 숲과 바다가 가까이 맞닿은 일부 구간만 선택해 걷는 것도 가능하다. 이동 거리와 체력에 따라 산책 범위를 정할 수 있다는 점은 이 길의 실용적인 장점이다.
바다 곁의 바위 조각상
남파랑길 리본이 걸린 지점에서 해안로를 따라 조금 더 걸으면 바다를 등지고 선 커다란 바위 조각상이 나타난다. 자연석의 거친 질감을 살린 입석 형태로, 화려한 장식보다는 주변 해안 풍경과 어우러지는 단단한 인상을 준다.
물이 빠진 시간에는 갯가 식물과 돌무더기가 갯벌 위로 드러난다. 잔잔한 수면 너머에는 완만한 능선이 겹쳐 보이고, 바다 위에는 작은 고깃배들이 정박해 있다. 나뭇잎 사이로 햇살이 내려앉고 바람과 파도 소리가 이어지면서 차분한 해안 마을의 분위기가 형성된다.
조수의 변화에 따라 같은 장소도 서로 다른 모습으로 보인다. 바닷물이 빠지면 넓은 갯벌이 펼쳐지고, 물이 들어오면 둑 아래까지 푸른 수면이 가까워진다. 당저2리 해안의 풍경을 이루는 핵심 요소가 바로 이러한 조석의 변화다.
마을회관과 버스정류장
해안길에서 마을 안쪽 골목으로 이동하면 붉은 벽돌로 지어진 당저2리 마을회관 방면으로 이어진다. 마을회관을 지나 큰길에 나오면 농어촌 버스정류장 표지판과 창선선 노선도, 운행 시간표를 확인할 수 있다.
정류장에는 25번, 700번, 701번, 801번 버스가 안내돼 있다. 이들 노선은 남해공용터미널과 창선면 소재지, 주변 마을을 연결한다. 도시 지역보다 배차 간격이 길 수 있으므로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방문객은 현장 시간표에서 돌아가는 버스의 운행 시각을 먼저 확인하는 편이 안전하다.
작은 농어촌 정류장은 당저2리 주민들의 생활 교통을 담당하는 동시에 도보 여행자가 마을 안팎을 이동하는 데 필요한 교통 지점이 된다. 마을과 포구, 해안길, 대중교통이 가까운 범위 안에서 연결된 구조다.
방문 전에 확인할 사항
당저2리 마실길은 누구나 걸을 수 있도록 개방된 공간으로 별도의 관람료나 입장료가 없다. 다만 주민들이 실제로 생활하는 마을 안길과 맞닿아 있으므로 통행과 생활에 불편을 주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 자가용은 좁은 마을 골목으로 무리하게 진입하지 않는 것이 좋다.
- 주차할 때에는 마을회관 주변 공터나 통행을 방해하지 않는 넓은 갓길을 이용해야 한다.
- 대중교통 이용자는 창선선 농어촌 버스 시간표와 귀가편 운행 시각을 미리 확인해야 한다.
- 길은 포장된 해안로와 완만한 평지 중심이어서 가벼운 운동화 차림으로 걸을 수 있다.
- 해안 바람에 대비해 계절에 맞는 얇은 바람막이와 마실 물을 준비하는 것이 좋다.
- 갯벌과 바다의 모습을 살피려면 국립해양조사원의 물때 정보를 참고할 수 있다.
당저2리 마실길의 가치
수백 년 전 세곡선이 머물렀던 포구의 역사는 오늘날 주민과 여행자가 함께 걷는 마실길로 이어지고 있다. 남해군 보건소가 마련한 생활 속 걷기 안내, 남파랑길의 방향 표지, 남해 바래길 말발굽길의 코스 정보가 한데 모여 지역의 역사와 건강한 걷기를 연결한다.
당저2리에서는 거대한 관광 시설보다 바다와 갯벌, 포구와 골목, 마을회관과 농어촌 버스정류장 같은 일상의 풍경이 중심을 이룬다. 잔잔한 파도와 해안 바람 속에서 창선도의 옛이야기를 따라 걸을 수 있는 곳이다.
당저2리 마실길 위치는 경상남도 남해군 창선면 당저리 산55 일대이며, 추도는 경상남도 남해군 창선면 당저리에 자리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