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수골, 예술로 다시 서다

경남 통영 봉수골에서 제12회 전혁림예술제와 수해 복구 과정을 담은 골목 사진전이 열렸다. 전혁림미술관을 중심으로 이어진 예술 전시와 봄날의책방 앞에 마련된 사진 기록은 서로 다른 방식으로 봉수골의 이야기를 전했다.
한쪽에서는 청년 작가들이 빛과 바다를 작품으로 표현했고, 다른 한쪽에서는 집중호우를 딛고 일상을 되찾은 주민들의 시간이 사진으로 펼쳐졌다. 예술과 공동체의 회복이 한 골목에서 나란히 이어졌다는 점이 이번 현장을 더욱 뜻깊게 했다.
통영 봉수골의 문화예술공간
봉수골에는 한국을 대표하는 화가 가운데 한 명인 전혁림 화백의 작품을 만날 수 있는 전혁림미술관이 자리한다. 미술관은 전혁림 화백의 예술세계를 소개하는 동시에 다양한 기획전을 통해 지역 예술가와 청년 작가들의 작품도 선보여 왔다.
전혁림미술관은 경상남도 통영시 봉수1길 10에 있다. 미술관 입구와 건물 외관에는 다채로운 색채가 두드러져 골목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예술 공간의 분위기가 드러난다. 전시실에서는 작품의 재료와 색, 표현 방식에 따라 서로 다른 감각을 차분히 살펴볼 수 있다.
인근에는 봄날의책방도 자리하고 있다. 봄날의책방은 경상남도 통영시 봉수1길 6-1에 있으며, 집중호우로 잠시 문을 닫았다가 복구를 거쳐 다시 문을 열었다. 전혁림미술관과 책방이 가까이 자리하면서 봉수골은 미술과 책, 골목의 일상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문화 공간의 모습을 보여준다.
사진에 담긴 집중호우와 복구
봄날의책방 앞에서는 봉수골 수해 재해 극복 과정을 기록한 골목 사진전이 열렸다. 전시는 2026년 8월 15일부터 17일까지 이어진 기록적인 폭우로 봉수골이 입은 피해와 이후의 복구 모습을 사진으로 보여줬다.
사진 속에는 집중호우가 지나간 뒤 피해를 수습하기 위해 현장에 나선 사람들의 모습이 담겼다. 자원봉사자와 군인, 이웃 주민들은 두 팔을 걷어붙이고 복구 작업에 힘을 보탰다. 피해 상황만을 나열하는 데 그치지 않고, 서로를 응원하며 일상을 되찾아 가는 과정까지 시간의 흐름에 따라 확인할 수 있는 전시였다.
무너진 일상을 다시 세운 힘은 거창한 구호가 아니라 현장에 모인 사람들의 손길이었다. 복구 작업에 참여한 이들이 힘을 모으는 장면과 활기를 되찾은 봉수골의 모습은 공동체가 재난을 이겨내는 과정을 구체적으로 전했다.
사진과 함께 소개된 글귀는 수해 이후 봉수골이 겪은 변화와 회복의 의미를 더했다. 전시장 주변에서는 다시 문을 연 책방과 일상을 되찾은 골목이 사진 속 기록과 자연스럽게 겹쳐졌다. 관람객들은 현재의 평온한 풍경 뒤에 주민과 자원봉사자, 군인, 이웃들의 복구 노력이 있었다는 사실을 살펴볼 수 있었다.
제12회 전혁림예술제 개막
봉수골의 대표적인 문화예술 행사인 제12회 전혁림예술제는 전혁림미술관에서 진행됐다. 2026년 10월 2일 기념식을 시작으로 막을 올렸으며, 행사 기간에는 전시와 시상식 등 여러 프로그램이 이어졌다.
현장에서는 ‘빛의 결, 바다의 기억’이라는 이름의 전시도 개최됐다. 전혁림 화백의 예술적 자취가 남아 있는 공간에서 빛과 바다를 주제로 한 작품들이 소개되면서 통영의 지역성과 미술의 표현이 함께 부각됐다.
전혁림예술제에서는 전혁림 화백의 작가 정신과 불굴의 의지를 계승하기 위한 전혁림미술상 시상식도 열렸다. 전혁림미술상은 전혁림 화백 탄생 100주년이었던 2015년에 제정됐으며, 한국의 중견 작가를 대상으로 한다.
전혁림예술제는 한 화가를 기념하는 데 머물지 않고 중견 작가와 청년 작가를 함께 조명하며 예술의 흐름을 다음 세대로 연결했다. 전혁림 화백의 정신을 되새기는 자리와 새로운 작가들의 작품을 소개하는 전시가 한 공간에서 이어졌다는 점이 행사의 특징이다.
두 청년 작가가 표현한 빛과 바다
제12회 전혁림예술제의 제9회 청년작가 조명전에는 성인화 작가와 조영아 작가가 참여했다. 전시는 2026년 10월 14일부터 10월 25일까지 전혁림미술관 1층 전시실에서 진행됐다.
| 전시명 | 제9회 청년작가 조명전 |
|---|---|
| 참여 작가 | 성인화, 조영아 |
| 전시 기간 | 2026년 10월 14일부터 10월 25일까지 |
| 전시 장소 | 전혁림미술관 1층 전시실 |
두 작가는 서로 다른 재료와 표현 방식을 통해 각자의 개성을 드러냈다. 같은 전시실 안에서도 금속과 도자가 지닌 질감과 색감이 뚜렷하게 구분돼 작품마다 다른 분위기를 만들었다.
성인화 작가의 금속 작품에서는 재료 사이로 스며드는 빛이 중요한 인상을 남겼다. 금속 표면과 빛이 만나는 순간은 통영 바다 위에서 부서지는 파도를 떠올리게 했다. 작품을 바라보는 위치와 빛의 방향에 따라 표면의 느낌이 달라지면서 빛나는 찰나가 강조됐다.
조영아 작가의 도자 작품은 푸른 바다와 통영의 해안 풍경을 연상시키는 색과 형태를 보여줬다. 단단한 도자 재료에 담긴 푸른빛은 지역의 바다 이미지를 환기했고, 금속 작품과는 또 다른 차분한 감각을 전했다.
금속에 스민 빛과 도자에 담긴 푸른색은 서로 다른 재료로 통영 바다의 기억을 불러냈다. 재질과 색, 표현이 다른 두 작가의 작품은 익숙한 전혁림미술관 전시실을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게 했다.
예술과 회복이 이어진 골목
봉수골에서 열린 두 전시는 주제와 형식은 달랐지만 지역의 삶을 기록한다는 점에서 맞닿아 있었다. 전혁림미술관에서는 작가들이 빛과 바다를 작품으로 풀어냈고, 봄날의책방 앞에서는 주민들이 수해를 이겨낸 시간이 사진으로 소개됐다.
미술관의 작품은 통영의 자연과 예술적 감각을 보여줬다. 골목 사진은 집중호우가 남긴 피해와 복구 현장의 연대를 기록했다. 작품과 사진을 차례로 마주하면 봉수골이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라 예술가와 주민의 삶이 함께 쌓이는 공간이라는 점이 선명해진다.
복구를 마친 골목에는 다시 방문객의 발길이 이어졌고, 전혁림미술관의 화려한 색채와 봄날의책방 앞 사진들이 차분한 현장 분위기를 만들었다. 수해 당시의 긴박한 장면과 회복된 현재의 풍경이 대비되면서, 평범한 일상을 되찾는 일이 지닌 의미도 자연스럽게 드러났다.
제12회 전혁림예술제와 수해 재해 극복 골목 사진전은 봉수골이 예술을 품은 장소이자 함께 위기를 넘어선 공동체임을 보여준 기록이었다.
장소 정보
- 봉수골: 경상남도 통영시 봉수로 75 일대
- 봄날의책방: 경상남도 통영시 봉수1길 6-1
- 전혁림미술관: 경상남도 통영시 봉수1길 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