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으로 잇는 멸종동물

예술로 만나는 공존의 가치
인간과 동물의 공존, 생물 다양성의 가치, 환경 보호의 중요성을 예술의 언어로 살펴보는 멸종위기 동물 특별전이 거제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리고 있다.
이번 전시의 주제는 ‘우리에게 남을 것은 사랑이야’다. 생명의 그물망으로 연결된 생태계가 균형을 이루기 위해 필요한 공존과 공생의 가치를 조명하고, 생태계 복원과 보전을 위한 지속 가능성과 실천 방안을 예술적 시선으로 바라보도록 기획됐다.
전시장에는 회화와 사진, 도자 조형, 입체 작품, 영상, 설치미술, 인터랙티브 미디어아트가 한데 펼쳐진다. 서로 다른 재료와 표현 방식을 통해 동물과 환경을 바라보는 여덟 작가의 시선이 이어지며, 관람객은 작품 사이를 걸으면서 인간의 삶과 자연환경이 어떻게 연결돼 있는지 차분히 생각해 볼 수 있다.
전시 일정과 관람 정보
| 전시명 | 우리에게 남을 것은 사랑이야 멸종위기 동물 특별전 |
|---|---|
| 전시 일정 | 2026년 10월 24일부터 11월 30일까지 |
| 전시 장소 | 거제문화예술회관 문화지음 내 전시실 1관과 2관 |
| 시설 위치 | 경상남도 거제시 장승로 145 거제문화예술회관 |
| 관람 시간 |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
| 입장료 | 무료 |
| 참여 작가 | 고상우, 플로라 보르시, 김창겸, 금중기, 장덕진, 조세민, 안윤모, 변대용 |
| 전시 문의 | 거제문화예술회관 055-680-1014 |
매시 정각에는 도슨트 해설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해설에서는 작품에 담긴 의미와 제작 배경을 들을 수 있어 각 작가가 전하려는 공존의 메시지를 더욱 깊게 이해할 수 있다. 작가 이름 옆에는 작품 해설을 들을 수 있는 정보가 마련돼 있으며, 어린이가 직접 그림을 그리고 색칠할 수 있는 체험 공간도 운영된다.
북극곰에 담은 따뜻한 시선
변대용 작가는 둥글고 부드러운 형태와 따뜻한 색감을 활용해 동물을 친근하게 표현한다. 작품에 등장하는 북극곰은 파스텔 계열의 색과 동화적인 모습으로 구현됐지만, 그 안에는 기후변화와 환경문제라는 묵직한 주제가 놓여 있다.
‘물 한잔’은 그림 속 친구와 차를 마시는 모습을 시선의 흐름에 따라 관찰하도록 구성된 작품이다. 바쁜 일상에서 잠시 쉬어 가는 순간과 평범한 하루의 소중함을 부드러운 장면으로 풀어낸다.
‘달빛 산책’은 어두운 밤길을 비추는 달빛처럼 지친 삶에 위로와 힘을 건네는 존재를 떠올리게 한다. 북극곰의 등 위로 숲과 사랑이 피어나는 듯한 장면은 북극곰과 인간, 환경이 함께 살아가는 모습을 동화적인 언어로 보여준다. 친근한 형상 안에 환경에 대한 문제의식을 담아 관람객이 무거운 주제에 자연스럽게 다가가도록 한다.
수달 덕수가 보여주는 일상
장덕진 작가는 한국의 멸종위기 동물인 수달을 도자기로 빚었다. 작품 속 수달은 인간처럼 익살스러운 일상을 보내며, 사람과 동물이 서로 동떨어진 존재가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생명이라는 점을 드러낸다.
도자기로 제작된 수달은 나무를 조각한 듯 세밀한 질감과 형태를 보여준다. 작가는 수달과 자신의 이름에서 글자를 따 작품 속 존재에게 ‘덕수’라는 이름을 붙였다. 자신의 모습을 들여다보거나 영상 콘텐츠를 감상하는 등 사람에게 익숙한 행동을 하는 수달의 모습은 관람객과 작품 사이의 거리를 좁힌다.
익살스러운 외형 너머에는 인간과 동물이 공유하는 삶과 공존의 방향을 돌아보게 하는 뜻이 담겨 있다. 관람객은 친숙한 일상을 보내는 덕수의 모습을 통해 야생동물을 낯선 대상으로만 바라보던 시선을 다시 살펴보게 된다.
인간과 동물의 강렬한 눈맞춤
헝가리 출신 플로라 보르시는 상상을 사진 편집 기술로 시각화하며 감정과 꿈, 유머를 이야기한다. 작가는 직접 모델이 돼 인간과 동물의 얼굴을 하나의 화면에 결합하고, 현실과 상상의 경계가 교차하는 독창적인 장면을 만든다.
작업은 어린 시절 좋아했던 플라밍고를 작품으로 표현하려는 생각에서 출발했다. 화면 속에서는 사람이 동물과 눈을 맞추는 동시에 동물이 인간을 바라보는 듯한 관계가 형성된다. 어느 한쪽만 관찰의 대상이 되는 구도를 벗어나 인간과 동물이 서로 마주 보는 순간을 경험하게 한다.
아름다운 색감과 정면을 향한 강렬한 눈빛은 전시장 안에서 선명한 인상을 남긴다. 작가는 함께 사는 반려견도 모델로 삼아 기억을 작품으로 남기며, 인간과 가까이 살아가는 동물과의 관계를 자신만의 시각 언어로 풀어낸다.
만다라 우주에 담긴 치유
김창겸 작가는 전통 문양의 꽃과 동물 형상을 3차원 애니메이션 영상 및 오브젝트와 결합한다. 이를 통해 만다라 형태의 우주를 만들고, 인간과 멸종위기 동물이 따뜻한 마음으로 서로를 받아들이는 치유의 미술을 선보인다.
전시장에서는 만다라 형상의 영상과 화려한 색채가 시선을 끈다. 붉은색과 푸른색이 조화를 이루며 한국 전통 색채를 연상하게 하고, 오브제와 벽면에 투사된 영상이 하나의 공간을 완성한다.
움직이는 영상과 입체물이 겹쳐지는 장면은 전통적인 이미지와 현대적인 매체가 만나는 과정을 보여준다. 반복되고 확장되는 문양 속에는 인간과 동물, 자연이 분리되지 않은 채 하나의 질서 안에서 연결된 모습이 담겨 있다.
부엉이가 건네는 바이오필리아
안윤모 작가는 캔버스 안에서 인간처럼 평화로운 일상을 보내는 부엉이를 보여준다. 인간이 자연환경과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는 모습을 담아내고, 자연과 함께하려는 본능적인 공존의 마음을 바이오필리아의 메시지로 전한다.
작품 속 부엉이는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고, 기타를 연주하며 여가를 보내고, 나무와 숲 뒤에서 친구들과 어울린다. 작가가 즐기는 커피를 부엉이와 공유하는 장면도 등장한다. 사람의 생활과 다르지 않은 부엉이의 모습은 인간과 동물 사이에 놓인 경계를 부드럽게 허문다.
화면 곳곳에 숨어 있는 부엉이를 찾아보는 과정도 작품 감상의 한 부분이다. 평온하고 유쾌한 장면이 이어지는 가운데 자연을 대하는 태도와 함께 살아가는 삶의 의미가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푸른 동물이 마주 보는 세계
‘청색 사진의 선구자’로 불리는 고상우 작가는 반전 기법을 활용해 푸른빛의 동물을 표현한다. 이러한 청색 작업은 작가가 14세에 미국으로 건너간 뒤 겪은 인종차별 경험과 관련돼 있다. 동양인의 피부색을 반전한 인물 사진에서 청색이 나타나는 점에 착안해 푸른 작품을 만들기 시작했다.
작품 속 멸종위기 동물은 정면을 응시하며 관람객과 직접 눈을 맞춘다. 동물을 멀리서 관찰하는 대상으로 두지 않고, 하나의 생명이 관람객을 바라보는 듯한 구도를 통해 각 동물에 대한 작가의 애정을 드러낸다.
사슴 작품에는 별도의 배경이 더해졌다. 사슴뿔이 우주를 상징한다는 의미와 더불어 모두가 같은 공간에서 함께하기를 바라는 작가의 염원이 반영돼 있다. 작가의 작업노트에는 여러 동물에 관한 내용과 함께 멸종위기 동물, 동물실험, 환경문제에 대한 메시지가 담겨 있다.
낯선 색으로 드러낸 생태계
금중기 작가의 입체 작품 속 동물은 본래 자연에서 볼 수 있는 색과 다르게 표현된다. 강렬한 원색을 입은 동물은 낯설면서도 아름다운 모습으로 전시장에 자리한다.
인공적인 색과 형태는 인간의 활동이 생태계의 균형을 무너뜨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 질문을 던진다. 지구를 뒤엎거나 지구를 탐구하는 듯한 동물의 모습도 등장해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여러 방향에서 살펴보게 한다.
조각으로 제작된 동물들은 실제 동물의 외형을 그대로 재현하는 데 머물지 않는다. 익숙한 생명체를 낯선 색채와 상황에 놓음으로써 관람객이 동물과 환경을 새로운 관점에서 바라보도록 이끈다.
가상공간에서 함께 추는 춤
조세민 작가는 미디어아트와 설치, 조형물을 활용해 가상공간을 만들고 인간 문명과 자연환경 사이의 경계를 허무는 설치작품을 선보인다. 인간과 문명의 영향으로 멸종위기에 놓인 동물들에게 가상의 공간과 춤을 통해 위로와 공존의 메시지를 전한다.
인터랙티브 미디어아트에서는 관람객과 작품 속 동물이 움직임을 주고받는다. 관람객의 동작이 화면에 반영되면서 인간과 동물이 같은 공간에서 함께 움직이는 장면이 완성된다.
작품을 눈으로 바라보는 데서 그치지 않고 몸의 움직임으로 참여할 수 있어 어린이도 자연스럽게 전시에 다가갈 수 있다. 관람객과 동물이 서로 반응하는 구성은 공존이 일방적인 관찰이 아니라 관계를 맺고 함께 움직이는 과정임을 시각적으로 보여준다.
여덟 시선이 전하는 하나의 메시지
여덟 작가의 작품은 표현 방식과 재료가 서로 다르다. 북극곰과 수달, 플라밍고, 부엉이, 사슴을 비롯한 동물들은 회화와 사진, 도자, 조각, 영상과 설치작품 속에서 저마다 다른 모습으로 관람객을 만난다.
그러나 작품들이 향하는 중심에는 인간과 동물, 환경이 생명의 그물망으로 이어져 있다는 공통된 인식이 놓여 있다. 따뜻하고 귀여운 형상은 동물에 대한 친근감을 높이고, 낯선 색채와 강렬한 눈맞춤, 움직이는 영상과 참여형 작품은 생태계의 균형과 환경문제를 다시 바라보게 한다.
이번 특별전은 멸종위기 동물을 보호의 대상으로만 제시하지 않고 인간과 같은 환경에서 삶을 이어가는 공존의 주체로 바라본다. 거제문화예술회관 전시실을 채운 작품들은 동물의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동시에 생태계 복원과 보전, 지속 가능한 실천의 의미를 예술적으로 풀어낸다.
무료 관람과 정기적인 도슨트 해설, 어린이 체험 공간을 함께 마련해 다양한 연령대가 환경과 생물 다양성의 가치를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한 점도 이번 전시의 특징이다. 관람객이 작품과 눈을 맞추고 움직임을 나누는 과정에서 인간과 동물이 함께 살아갈 방법을 생각해 보는 시간이 이어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