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년 전통 남해 죽방렴의 비밀
남해 지족해협의 전통 어업, 죽방렴
경남 남해군 삼동면과 창선도 사이 좁은 물목인 지족해협에는 50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전통 어업 방식인 죽방렴이 자리 잡고 있다. 죽방렴은 참나무 말뚝과 대나무 그물을 이용해 물고기를 잡는 독특한 어업 방식으로, 명승 제71호, 국가중요어업유산 제3호, 국가무형유산 제138-1호로 지정되어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강한 물살 속에서 빛나는 죽방렴의 구조
지난 3월 초, 남해 지족해협 현장에서는 차가운 바닷바람과 함께 빠른 물살을 견디며 서 있는 죽방렴의 모습이 눈길을 끌었다. 문화해설사 강병철 씨의 설명에 따르면, 죽방렴은 조수 차가 크고 유속이 빠른 곳에 설치되며, 참나무 말뚝을 V자 형태로 박아 나열하고 그 사이에 대나무 발을 엮어 물고기가 들어오면 V자 끝에 설치된 통발에 가두는 구조다. 이 단순한 원리 덕분에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어업 방식으로 평가받는다.
경남 지역에만 남아 있는 전통 함정어업
현재 남해에는 23개, 사천에는 22개의 죽방렴이 남아 있으며, 이 전통 어업은 오직 경남 지역에서만 볼 수 있다. 어민들은 자연의 흐름을 거스르지 않고 바다와 함께 살아가며, 물때에 따라 작업 시간이 달라지는 까다로운 조건 속에서도 협력과 신속한 작업으로 멸치를 잡아낸다.
죽방렴에서 잡히는 멸치의 우수성
죽방렴에서 주로 잡히는 어종은 멸치로, 빠른 물살을 따라 들어온 멸치는 촘촘한 대나무 발에 갇혀 상처 없이 신선하게 잡힌다. 음력 2월에는 젓갈용 작은 멸치인 ‘지름치’가, 이후 ‘실치’ 또는 ‘시래기’라 불리는 잔멸치가 잡혀 볶음 반찬으로 사랑받는다. 늦봄부터 가을까지 잡히는 ‘중사리’ 멸치는 윤기와 고소한 맛이 뛰어나 최고의 품질로 평가받는다. 그물에 갇힌 고기를 뜰채로 건져내는 방식 덕분에 신선도가 매우 높다.
전통 방식 복원과 미래 전망
최근 남해군은 죽방렴의 역사적 가치를 보존하기 위해 전통 방식 그대로 1기를 복원하는 사업을 추진 중이다. 강병철 해설사는 죽방렴이 제주 원담, 충남 독살과 함께 우리나라 전통 어업 방식 중 하나이나, 현재 실질적으로 운영되는 것은 죽방렴뿐이라고 전했다. 최근에는 철제 기둥과 플라스틱 그물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아 전통 방식 복원의 의미가 크다.
복원 사업은 단순한 전통 보존을 넘어 세계중요농어업유산(GIAHS) 등재를 위한 중요한 발판이 될 전망이다. 남해군은 죽방렴이 세계중요농어업유산으로 등재되면 전통 어업 방식이 국제적으로 인정받아 지역 경제와 관광 활성화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죽방렴 관광단지 안내
남해지족 죽방렴 관광단지는 남해군 삼동면 죽방로 65에 위치해 있으며, 방문객들은 전통 어업의 현장을 직접 체험하고 그 가치를 느낄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