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 골목에 겹친 시간

동상동에서 만나는 김해의 시간
경남 김해시 동상동은 전통시장과 주거지가 맞닿아 있는 도심이다. 익숙한 생활 공간처럼 보이지만 골목 안으로 들어가면 조선시대 성곽부터 청동기시대 무덤, 옛 객사 후원지의 흔적까지 서로 다른 시대의 역사가 이어진다.
동상시장과 김해읍성 북문, 서상동 지석묘, 연화사는 가까운 거리에 모여 있어 걸어서 살펴보기 좋은 역사 문화 코스다. 시장의 활기와 주택가의 차분한 풍경, 복원된 성곽과 오래된 유적이 한 공간에서 자연스럽게 교차한다.
동상시장에서 시작하는 골목길
동상시장은 경남 김해시 구지로180번길 27-10에 자리한다. 시장 안팎에는 여러 상점과 먹거리가 모여 있으며, 지역 주민들의 일상이 이어지는 전통시장 특유의 활기가 느껴진다.
상점이 늘어선 시장을 지나 주변 골목으로 이동하면 분위기가 달라진다. 생활 공간인 주택과 도로 사이에서 성곽이 모습을 드러내며, 평범한 도심 골목이 김해의 역사를 살펴보는 길로 이어진다.
백성을 지키기 위해 세운 김해읍성
김해읍성 북문은 경남 김해시 분성로335번길 44에 있다. 동상동의 주택과 도로 사이에 높게 쌓인 성벽과 문루가 자리해 도심의 현재와 성곽의 과거를 한자리에서 보여준다.
김해읍성은 조선 세종 16년인 1434년부터 축조되기 시작했다. 당시 김해는 바닷길의 요충지였으며, 왜구의 침입에 대비해 백성을 보호할 방어시설이 필요했다.
《조선왕조실록》 세종실록에는 왜적의 변란이 일어났을 때 백성들이 성 안으로 들어와 피난할 수 있도록 김해읍성을 축조하자는 내용이 기록돼 있다. 김해읍성은 외부의 침입을 막는 군사시설이면서 위급한 순간에 백성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피난 공간이었다.
현재는 평온한 도심 한가운데에 놓여 있지만, 성곽이 처음 세워졌을 당시에는 지역을 방어하고 주민을 보호하는 핵심 시설이었다. 성벽을 따라가면 돌을 높이 쌓은 구조와 방어시설의 형태를 가까이에서 확인할 수 있다.
공진문의 훼손과 복원
김해읍성에는 해동문, 해서문, 진남문, 공진문이라는 네 개의 문이 있었다. 이 가운데 북문인 공진문은 조선 현종 7년인 1666년에 중건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일제강점기 읍성 철거정책으로 성곽이 훼손되면서 대부분의 흔적이 사라졌다. 현재의 김해읍성 북문은 남아 있던 성벽과 옹성 일부를 바탕으로 발굴조사와 축성기법 분석을 거쳐 복원됐다. 옛 지도와 문헌자료도 복원의 근거로 활용됐으며, 공사는 2008년 3월 마무리됐다.
한때 훼손됐던 성곽을 남은 흔적과 기록에 따라 되살렸다는 점에서 김해읍성 북문은 문화유산 보존의 의미를 보여주는 공간이다. 복원된 문과 성벽을 통해 조선시대 김해의 방어 체계와 성곽 구조를 보다 구체적으로 살펴볼 수 있다.
성벽 위의 여장은 몸을 보호하면서 적의 공격에 대응하기 위해 설치한 시설이다. 높게 쌓인 성벽과 여장의 구조를 차례로 보면 성곽의 돌 하나하나가 방어라는 분명한 목적 아래 배치됐음을 알 수 있다.
2026년 10월 기준 북문 내부는 출입할 수 있도록 개방돼 있었다. 다만 성곽 양옆의 계단 위로는 올라갈 수 없다. 관람할 때는 출입 가능한 구역을 따라 이동해야 한다.
성벽 너머로는 오늘날 김해의 주택과 거리 풍경이 함께 보인다. 복원된 성곽 주변으로 주민들의 일상이 계속되면서 과거의 방어시설과 현재의 도시 생활이 한 장면에 겹쳐진다.
청동기시대 흔적 서상동 지석묘
김해읍성 북문에서 약 410m 떨어진 경남 김해시 서상동 6-7에는 서상동 지석묘가 있다. 주택지 사이에 자리해 도심 골목 가까이에서 청동기시대 유적을 확인할 수 있다.
지석묘는 청동기시대의 대표적인 무덤인 고인돌을 뜻한다. 서상동 지석묘는 경상남도 기념물 제4호로 지정돼 있으며, 현장에서는 커다란 덮개돌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이곳에는 송공순절암과 관련한 흔적도 함께 남아 있다. 송공순절암은 임진왜란 당시 김해 사충신 가운데 한 사람인 송빈의 순절을 기리는 내용을 담고 있다.
청동기시대의 무덤과 임진왜란 관련 기억이 한 장소에 남아 있다는 점이 서상동 지석묘의 특징이다. 서로 다른 시대의 역사가 한 공간에 더해졌으며, 시장과 주택이 이어지는 현재의 풍경 속에서도 오랜 시간의 흔적이 보존되고 있다.
옛 객사 후원지에 자리한 연화사
김해 연화사는 경남 김해시 구지로180번길 23-1에 있다. 동상시장 인근에 자리해 시장과 김해읍성 북문을 둘러본 뒤 함께 살펴볼 수 있다.
연화사가 자리한 곳은 과거 객사의 후원지였다. 옛 김해부내지도에는 이 일대에 함허정이라는 정자와 연자루라는 누각이 있었던 것으로 나타난다.
현재는 사찰과 연못이 어우러진 공간으로 남아 있다. 옛 지도에 기록된 정자와 누각, 오늘날의 사찰과 연못을 함께 살펴보면 시간의 흐름에 따라 장소의 모습과 기능이 달라졌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연화사는 과거의 건축물이 원래 모습 그대로 남은 장소라기보다, 객사 후원지에서 오늘의 사찰 공간으로 이어진 변화의 과정을 보여준다. 김해의 역사 공간이 시대에 따라 어떻게 달라졌는지 생각해 볼 수 있는 지점이다.
걸어서 잇는 역사 문화 코스
동상시장과 김해읍성 북문, 서상동 지석묘는 서로 가까이 있어 도보 이동에 알맞다. 연화사 역시 동상시장 인근에 있어 네 장소를 하나의 동선으로 연결할 수 있다.
- 경남 김해시 구지로180번길 27-10 동상시장에서 지역의 생활 풍경을 살펴본다.
- 경남 김해시 분성로335번길 44 김해읍성 북문으로 이동해 복원된 공진문과 성벽 구조를 확인한다.
- 북문에서 약 410m 떨어진 경남 김해시 서상동 6-7 서상동 지석묘에서 청동기시대와 임진왜란 관련 흔적을 살펴본다.
- 경남 김해시 구지로180번길 23-1 연화사에서 옛 객사 후원지의 변화와 현재의 사찰 풍경을 확인한다.
차량을 이용할 경우 김해읍성 북문 앞 주차장을 이용할 수 있다. 동상동 주민자치센터 유료 공영주차장도 선택할 수 있으며, 주차 가능 여부와 이용 조건은 방문 전에 확인할 필요가 있다.
일상과 문화유산이 공존하는 동상동
동상동에서는 전통시장의 활기, 주택가의 일상, 조선시대 성곽, 청동기시대 지석묘, 옛 객사 후원지의 흔적을 한 번에 만날 수 있다. 장소마다 조성된 시대와 기능은 다르지만 모두 김해의 시간이 축적된 공간이라는 공통점을 지닌다.
특히 김해읍성 북문은 왜구의 침입에 대비하고 백성이 피난할 수 있도록 축조된 역사적 배경을 알고 살펴볼 때 의미가 더욱 분명해진다. 복원된 성벽과 문루는 조선시대 김해의 방어 체계를 보여주며, 일제강점기 훼손을 거쳐 다시 복원된 과정은 문화유산을 보존하는 일의 중요성을 드러낸다.
동상동 골목은 과거가 현재와 단절된 채 남아 있는 곳이 아니다. 시장과 주택 사이에서 지역 주민의 일상이 계속되고, 그 곁에 성곽과 고인돌, 사찰이 함께 자리한다. 김해읍성 북문을 중심으로 서상동 지석묘와 연화사까지 연결하면 김해의 여러 시대를 가까운 거리에서 차분히 살펴볼 수 있다.
